김재범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2012.08.01 21:47

그의 바람은 소박했다.

“양손 기술을 다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1일 새벽 런던올림픽 남자 유도 81㎏ 이하급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재범(27·KRA). 그는 사실상 반쪽짜리 선수였다.

연이은 부상의 꼬리. 2005년 이후 생긴 왼쪽 어깨 탈구로 시작된 부상은 왼쪽을 타고 내려왔다. 왼쪽 팔꿈치 인대를 다쳤고, 왼손 약지 인대에도 문제가 생겼다. 왼쪽 팔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왼쪽 무릎 인대까지 다쳤다.

김재범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김재범은 결승전을 마친 뒤 자신의 왼쪽을 짓누른 부상 내용을 털어놨다. “지금 몸의 왼쪽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고 밝혔다. “왼쪽 어깨도 좋지 않지만 팔꿈치와 손가락, 무릎까지 모두 아팠다”며 “런던에 와서도 제대로 뛰지 못할 정도여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훈련하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몸은 신음했다. 그렇다고 마음까지 약해지지는 않았다. 김재범에게는 특효약이 있었다. 매트이자 도복이었다. 아픈 곳 천지였지만 결전에 들어가면 터미네이터처럼 단단해졌다. 또 터미네이터처럼 냉정했다. 어느 한 곳 통증을 내색하지 않았다.

김재범은 왼쪽 라인의 줄부상을 인식하고 뛰었다. 왼쪽은 그저 버텨주며 오른쪽 기술을 특화시켰다.

런던올림픽 결승행과 금메달 획득 모두 오른쪽 기술로 이뤄냈다. 김재범은 준결승에서 이반 니포토브(러시아)를 만나 업어치기로 절반을 얻을 때도 오른쪽 어깨를 상대 가슴에 깊게 들이밀고 오른팔로 힘껏 잡아당겼다. 올레 비쇼프(독일)와의 결승전에서 두 차례나 안다리걸기로 유효를 따낼 때도 어김없이 오른 다리로 상대 중심을 무너뜨렸다.

김재범은 기술을 앞세우는 아시아 유도선수치고는 너무 기술이 없었다. 힘과 스피드로 버티다 되치기 같은 작은 점수를 얻어내며 한 단계씩 올라갔다.

화려한 기술로 연달아 한판승을 거두며 탄탄대로를 달려가는 것은 언감생심. 그럼에도 김재범은 체급을 73㎏ 이하급에서 81㎏ 이하급으로 올려 나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비쇼프를 만나 은메달을 따냈다.

누구든 김재범을 만나면 잡기싸움 하다 힘이 빠져 자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대로 김재범에게는 그게 한계였다. 체력전으로는 2등밖에 할 수 없다는 깨달음. 김재범은 4년 전 결승에서의 패배를 되새겨 기술 향상에 모든 것을 걸었고, 이번 대회 몸의 반쪽이 부상에 멍든 가운데서도 기술 유도로 금메달을 따냈다.

김재범이 말한 은메달과 금메달의 차이는 이랬다. “베이징에서 은메달을 딸 때는 죽기 살기로 뛰었다면 이번에는 죽자는 심정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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