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도핑 파문’ 사과 “10년 노력이 ‘약쟁이’로… 이유를 떠나 내 잘못”

2015.03.27 21:48 입력 2015.03.27 23:36 수정

회견 도중 ‘비난’ 언급하며 눈물 “평생 내가 감당해야 할 숙제”

올림픽 출전엔 “말할 때 아냐” 호르몬 주사 여전히 “몰랐다”

병원에 간 건 “피부관리 위해” 진료기록 공개 함구…의혹 여전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질렀습니다.”

박태환(26)이 도핑 파문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용서를 구했다.

박태환은 27일 서울 잠실관광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지약물 파문과 관련한 입장을 직접 밝혔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박태환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닦고 있다. | 연합뉴스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다”며 “부족한 제게 늘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고 말을 시작했다.

박태환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초 도핑테스트를 받았고, 지난해 말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같은 해 7월 한 피부과에서 중년 남성들이 주로 맞는 갱년기 치료주사 ‘네비도’를 맞은 박태환의 도핑 샘플에서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규정한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다. 박태환은 자신은 몰랐다고 주장하며 해당 병원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박태환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지난 23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에서 해명 기회를 가졌으나 18개월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내년 3월2일이면 끝난다. 내년 8월 열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길은 생겼으나 대한체육회가 지난해 만든 ‘금지약물 복용으로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를 마친 뒤 3년 내에는 국가대표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규정이 걸림돌이다.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을 위해 규정을 수정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찬반 논란이 뜨겁다.

그런 와중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박태환은 징계 결정 뒤 사흘 만인 이날 고개를 숙였다.


박태환은 “처음에는 도핑 양성 반응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나중에는 해명하면 이해받고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깨달았다. 스스로 체크했어야 한다”며 “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너 같은 선수가 왜 그런 성분이 몸으로 들어가도록 방치했느냐’는 점이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에게 사죄드리고 털어놓지 못한 점 죄송하다. (FINA의) 비밀 유지 조항 때문에 더 빨리 사죄 못한 점, 더 마음을 열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어떤 비난도 질책도 달게 받겠다. FINA는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열어줬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제가 지금 미래를 말할 때는 아닌 것 같다. 이후 일정은 수영연맹, 가족과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간간이 눈물을 보이던 박태환은 소위 ‘약쟁이’로 비난받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다 한동안 말을 멈추고 흐느끼기도 했다. 박태환은 “15살에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한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외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며 “10년 영광들이 물거품 되고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 치부되는 데 대해 억울하지 않으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제가 평생 스스로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태환이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관광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태환은 이번 징계를 통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5개를 모두 박탈당했다. 이 가운데 계영 400m와 800m 동메달도 포함돼 있어 함께 메달을 딴 계영 선수들의 메달도 모두 취소됐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에서 함께 사력을 다해 메달을 따냈던 규철, 선관, 규웅, 준혁, 정수 등 후배 선수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논쟁의 초점인 네비도 주사를 맞을 당시 남성호르몬 주사라는 사실을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몰랐다”고만 주장해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박태환은 “치료가 아닌 피부 관리를 위해 간 병원이었고 병원에서 비타민을 동시에 처방해줬다. 도핑 관련 어떤 것도 할 수 없다고 누차 얘기했고 의사도 문제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명확히 하기 위해 당시 진료기록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태환이 대답하지 못하자 동석한 우상윤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형사재판과 관련한 질문은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박태환은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따면 명예가 회복되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결과가 좋게 나올 수도 있고 좋지 않게 나올 수도 있다. 어떻게 말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