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단 빠진 佛 ‘이빠진 호랑이’

2002.06.01 01:12

지네딘 지단이 없는 프랑스는 늙은 호랑이에 불과했다.

‘아트사커의 조율사’ 지단을 잃어버린 프랑스축구는 더이상 환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지단이 부상으로 결장한 가운데 치러진 2002한·일월드컵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 지난대회 챔피언에 세계랭킹 1위의 프랑스가 아프리카 축구의 막내 세네갈에게 일격을 맞은 데는 많은 분석과 이유가 있지만 결론은 지단의 공백으로 모아진다.

이날 로제 르메르 감독은 지단 자신이 공언한 대로 유리 조르카에프를 플레이메이커로 내세웠다. 하지만 조르카에프는 지단의 신발자리에도 다가가기 힘들어 보였다. 수비수 프티와 비에라가 한번에 올려주는 날카로운 패싱을 앙리와 트레제게 투톱에게 제대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연결은 커녕 32살이라는 나이의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번번이 한템포 느린 동작으로 공격리듬마저 끊기가 일쑤였다. 미드필더들이 골에리어 언저리까지 볼을 올려다 놓았지만 조르카에프는 세네갈의 거친 수비와 강력한 대인마크를 뚫어내는 돌파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좌우에서 올라오는 빠른 센터링을 골로 연결하기에는 걸음이 모자랐다. 이런 상황이 계속 연출되자 앙리와 트레제게는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고 경기흐름은 당초 예상과 달리 백중세를 보이며 세계최강이 월드컵에 첫 출전한 햇병아리에게 혼쭐이 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그는 결국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지 못한 채 후반 14분 뒤가리와 교체돼 벤치로 물러나고 말았다.

A조뿐 아니라 본선진출 32개국 중에서도 약체로 분류됐던 세네갈에 발목을 잡히며 자존심을 완전히 구겨버린 프랑스. 르메르 감독은 물론 선수들, 그리고 개막전을 지켜본 프랑스 국민들의 염원은 이제 지네딘 지단의 빠른 부상회복뿐이다.

<배병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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