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걸린 축배… 스페인, 하나가 되다

2010.07.12 18:32 입력 2010.07.13 00:19 수정

지역갈등 넘은 선수 기용, ‘포용축구’로 첫 우승 일궈

재정위기 국민에 희망 선물

한 달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남아공월드컵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스페인은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11분 터진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80년 무관의 세월을 털어내고 처음 세계 축구의 정상에 오르는 순간.


<b>월드컵 정상 포효</b> 스페인이 80년 만에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벗고 월드컵의 주인이 됐다. 월드컵 우승 메달을 건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 요하네스버그 | AFP연합뉴스

월드컵 정상 포효 스페인이 80년 만에 ‘무관의 제왕’이라는 오명을 벗고 월드컵의 주인이 됐다. 월드컵 우승 메달을 건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12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에서 월드컵을 들어올리며 환호하고 있다. | 요하네스버그 | AFP연합뉴스

스페인은 월드컵 우승을 통해 세계 축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의미 이상으로 국민들을 통합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용기를 얻게 하는 뜻깊은 성과를 거뒀다.

스페인은 월드컵 때마다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1950년 브라질 대회에서 4위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일 정도로 부진했다.

가장 큰 원인은 스페인 축구의 양대 축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사이의 지역 갈등이었다. 바르셀로나를 주도(州都)로 삼는 카탈루냐 사람들은 30년대 프랑코 정권하에서 탄압받은 이래 마드리드 지방과 큰 갈등을 겪어왔다. 지난 9일엔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리는 바람에 바르셀로나에서 110만여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축구는 정치가 못 이룬 통합의 힘을 먼저 보여줬다. 2008년 대표팀을 맡은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은 마드리드 출신이지만 월드컵 대표 23명 중 사비 에르난데스, 카를레스 푸욜(이상 바르셀로나) 등 7명을 카탈루냐 출신으로 채웠다. 결승전에 선발로 나선 주전 11명 중 5명이 카탈루냐 선수들이었다. 델보스케 감독은 “대표팀은 하나다. 우리의 통합된 모습이 스페인의 지역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포용의 힘은 갈등을 풀어냈다. 12일 바르셀로나에는 카탈루냐와 스페인 깃발이 함께 휘날렸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광장에선 ‘비바 에스파뇰!(스페인 만세)’이라는 같은 구호가 메아리쳤다.

결승전을 앞두고 골키퍼 카시야스는 “경제난 속에 힘들어하는 스페인 국민들을 위해 뛰겠다”고 다짐했다. 재정위기로 유례없이 허리띠를 죄고 있는 스페인 국민들은 이날만은 시름을 잊고 기쁨을 만끽했다.

숱한 드라마와 역사를 만들어낸 남아공월드컵은 2014년 브라질 대회를 기약하며 성대히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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