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2017.03.09 21:06 입력 2017.03.10 09:51 수정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길거리 즉석 공연 버스킹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공연자와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젊은이들이 길거리 즉석 공연 버스킹을 하고 있다. 주말이면 공연자와 관람객들로 북적인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일대는 젊다. 발라드부터 헤비메탈까지 록 공연이 펼쳐지고, 언더그라운드의 실험 무대가 올려지기도 한다. 홍대 문화를 만들어가는 뮤지션도, 홍대를 찾는 사람들도 젊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 내려 지도검색을 해봤다. 과거에는 홍대 하면 서교동·동교동 정도를 떠올렸다. 요즘은 연남동과 망원동, 상암동까지를 ‘홍대권’으로 구분한다. 외국인들이 먼저 알고 찾아온단다.

[서울, 마을을 읽다] (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평일 대낮인데도 골목에는 젊은이들이 넘쳐났다. 아기자기한 옷집부터 줄 서는 맛집까지 가게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바퀴 달린 큼지막한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외국인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우리끼리 인디문화를 즐기는데 외국인들이 같이 놀자고 찾아오는 곳이죠.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재밌는 이벤트를 만드는 것도 홍대만의 자랑입니다.” 게스트하우스 어반우드 김동기 대표(41)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공유가 늘면서 지구촌 손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며 “이방인들이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는 홍대만큼 멋진 동네가 없다”고 말했다.

홍대 어울마당 앞은 크고 작은 점포들이 몰려 있는 명소다. 홍대 앞은 국제적으로 꽤 유명해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홍대 어울마당 앞은 크고 작은 점포들이 몰려 있는 명소다. 홍대 앞은 국제적으로 꽤 유명해서 외국인들도 많이 찾는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홍대는 하천이 많아 ‘잔(작은)다리’, 세교동으로 불렸다. 1970년대까지 판자촌을 기차가 가로지르며 석탄을 실어 날랐다. 1980년대 경의선 철로가 폐선되면서 학사주점이 들어섰다. 홍대 인근 지하방에 예술인들이 작업실을 차렸고 예술가들이 둥지를 텄다. 홍대에 음악, 미술, 건축 등 언더그라운드 문화가 생긴 것은 1990년대 중후반부터다. 기존의 지배문화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클럽에 모였고, 록그룹의 라이브 공연에 빠졌다. 1980~1990년대 전인권, 윤도현, 이승환, 김종서 등이 한국의 유명 록밴드였다면 ‘크라잉넛’은 홍대 인디문화의 신호탄이었다. <말 달리자>를 부르면 모두가 악을 쓰며 방방 뛰었고 온몸을 흔들었다. 예술인들은 사회비판적인 공연물을 서슴없이 소극장 무대에 올렸다. ‘노브레인’과 ‘레이지본’ 등 세상을 꿰뚫어 보는 거친 음악에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살사 클럽 ‘마콘도’ 등을 비롯해 탱고와 삼바를 배우고 출 수 있는 공간도 속속 생겼다. 지금도 젊은이들이 ‘세상에 쫄지 마’라는 티셔츠를 입고 속도경쟁의 사회에 굴복하지 말자며 클럽을 찾는다.

“밤새 한국인들과 섞여 음악과 춤을 즐길 수 있잖아요. 명동은 쇼핑, 북촌은 한옥, 동대문은 패션, 강남은 성형수술이 떠오르지만 홍대는 자유분방해서 좋아요.” 스페인에서 온 크리스토발(23)은 “관광객을 위한 곳이 아닌 주민들에게 얹혀 지낼 수 있는 마을이라는 점이 홍대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홍대는 외국인들이 먼저 기웃거렸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10년 인천공항철도가 생기면서 다이내믹한 한국의 인디문화를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배낭족들이 모여 들었다. K팝, 한류 열풍이 가세하면서 밤낮으로 골목골목을 누비는 외국인들이 늘었다. 서울에 게스트하우스가 1000개인데 홍대에만 300개가 몰려 있을 정도. 집집마다 방은 많아야 고작 3개이지만 친구와 가족이 2, 3명씩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하고 3일에서 일주일, 한 달 이상을 머물고 있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호주, 미국인 등이 단골들이다.

외국인들이 홍대를 치켜세우는 이유는 더 있다. 홍대에서는 밤새 술을 마실 수 있지만 취객끼리 주먹싸움을 하거나 기물을 파손하지 않는다. 수제 맥주와 칵테일은 물론 간단하게 ‘치맥’을 즐길 수 있다. 합리적인 가격의 세계 각국 본토 맛집도 수두룩하다.

홍대의 ‘걷고 싶은 거리’는 500m 정도. 주민들은 이 길을 숯불구이, 소금구이 집들이 늘어선 ‘굽고 싶은’ 거리라고 부른다. 해가 뉘엿해질 무렵, 요즘 ‘핫하다’는 클럽 ‘FF’로 향했다. ‘FF’에서는 발라드, 어쿠스틱, 펑크록, 하드코어 밴드까지 매일 공연이 펼쳐지는데 한꺼번에 200명이 즐길 수 있다.

“홍대에는 3대 명절이 있어요. 크리스마스, 핼러윈데이, 그리고 ‘경록’절입니다. 매년 2월11일 ‘경록(크라잉넛 베이스 기타리스트)’의 생일에 소소한 파티를 열었는데 지금은 공연은 물론 맥주와 술을 무제한 공짜로 즐기는 홍대의 축제가 되었지요.” 클럽문화를 20년째 즐기고 있다는 김경락씨(50)는 “매일 새벽 5시30분이면 밤을 지새운 젊은이들이 첫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뛰기 시작한다”며 “홍대에서만 볼 수 있는 청춘 행렬이 장관”이라고 말했다.

홍대의 하루 유동인구는 20만~30만명. 홍대가 명성을 떨치면서 홍대 문화권이 넓어지고 있다. 연남동도 그중 한 곳이다. 길을 건너 경의선 숲길을 지나 연남동을 찾았다. ‘김혜자 미용실’ ‘파마하는 걸(girl)’ 등 연남동 구석구석에는 재밌는 가게들이 많았다. 멕시코와 스페인 등 정통 음식점과 일본 카레, 베트남 국수 전문점까지 맛집들이 즐비했고 공사 중인 곳도 여럿이었다.

홍대 일대가 본연의 색깔을 잃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임대료가 치솟아 인디문화를 만끽하던 예술인들이 연남동은 물론이고 망원동, 영등포구 문래동까지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디클럽 ‘스컹크’와 ‘샤프’는 이미 문래동으로 떠났고 최근 ‘라일락’은 문을 닫았다. ‘채널 1969’는 곧 이삿짐을 쌀 예정이다. 영세한 클럽이 문을 닫고 70~100평대 라이브 공연장만이 살아남는 홍대가 어떤 색깔을 가질까. 조만간 고층 호텔들도 대거 홍대에 들어선다.

생각해 보면 홍대 문화는 ‘삐딱한’ 청춘들이 만들어왔다.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분방한 것. 그게 홍대의 매력이다.

▶인생 맛집여기 다 있네

[서울, 마을을 읽다] (10) 마포구 홍대입구, 낮엔 자유에 취하고…밤엔 흥에 취하련다


홍대 주변에는 태국 요리부터 멕시코 음식까지 세계 각국의 다채로운 맛집이 많다. ‘베무쵸 칸티나’(02-324-8455)는 멕시코 가정식 요리로 유명하다. 프랜차이즈 멕시코 식당과는 차별화된 맛을 낸다. 인기 메뉴는 엔칠라다스 베르데스 1만4000원, 과카몰레 8000원, 프라이드 치킨 타코 1만2000원이다. ‘툭툭 누들타이’(070-4407-5130)는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팟타이’나 ‘팟시유’ 외에도 태국식 숭어찌개 ‘깽솜 플라텃’, 태국식 닭 바비큐 ‘까이양’ 등이 주 메뉴다. 또양꿍 1만5000원, 뿌님 팟퐁커리 2만7000원, 쏨탐 1만3000원. ‘Ahn(안)’(070-4205-6266)은 베트남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다. 쌀국수는 숙주, 양파 등 야채가 푸짐하다. 베트남 쌀국수 1만1000원, 베트남 라이스 1만3000원, 파파야 샐러드 1만2000원이다. ‘바다파스타’(070-4205-1064)는 새우, 꽃게, 가리비 등을 수북하게 얹은 해산물 파스타로 유명하다. 바다파스타(1인분) 1만6000원, 갑오징어 먹물면 파스타 2만1000원, 채끝 등심 스테이크 3만6000원.

‘그로워앤패커 GXP’(070-4763-7770)는 견과류 카페다. 테이블마다 호두와 피스타치오가 놓여 있어 커피와 차를 마시며 심심풀이로 견과류를 즐길 수 있다. 견과류는 요거트맛, 청포도맛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데 유리병과 플라스틱 봉지에 예쁘게 포장돼 있어 선물하기도 좋다. 아몬드 에스프레소 라떼는 5200원, 서리태 플랫 아몬드는 4900원, 고구마와 바나나 아몬드 3000원이다. ‘커피리브레’(02-334-0615)는 마니아들 사이에 유명한 카페 중 한 곳이다. 세계 곳곳의 커피농가에서 직거래 방식으로 직접 좋은 생두를 선별한다. 원두 수확부터 입고까지 모든 과정을 챙기는 만큼 믿을 만하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싱글오리진 커피 등 4가지 커피가 모두 4000원. ‘테일러커피’(02-335-0355)는 홍대에만 4곳이 있을 정도로 이름난 곳이다. 실력파 바리스타들이 만들어주는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달콤한 수제 크림이 올라간 크림 모카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인생 커피’로 불릴 정도로 인기다. 에스프레소 5000원, 크림모카 6500원.

‘브레드랩’(02-337-0501)은 빵집 같지 않다. 2층 가정집 같은 방에서 빵맛을 볼 수 있다.방부제 등 화학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우유 크림빵 1500원, 초코코로네 1600원, 천연발효종 바게트와 녹차데니쉬가 3500원이다. ‘푸하하 크림빵’(02-333-6003)은 고정관념을 깬 소금 크림빵으로 유명하다. 달콤한 크림빵에 짭짤한 맛을 더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단짠’ 맛을 재현했다. 일반 빵보다 촉촉한데 모짜렐라 치즈처럼 쭉쭉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소금, 리얼딸기, 말차, 찰떡단팥 크림빵이 모두 2000원이다.



경향신문·서울관광마케팅(STO)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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