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재개발 싫어” 반포아파트 서울대 교수촌

2003.06.11 18:42

집값 상승을 노린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이 난립하고 있는 요즘, 서울 강남지역의 수십년된 한 아파트 단지에선 주민들이 오히려 재건축을 마다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주공아파트 1단지의 ‘서울대 교수촌’이 바로 그곳이다.

32평형 1,300여가구의 대규모 단지인 이 아파트는 박정희 정권 시절 외국 학자와 교수들을 유치하고자 당시 서울대 교수들을 주요 대상으로 아파트를 특별분양, ‘서울대 교수촌’으로 불린다. 1973년 완공됐으며 지금도 교수나 전직 총리 등 사회지도층으로 통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지어진 지 30년이면 ‘노후 주택’으로 통하는 만큼 재건축을 적극 추진할 법도 하지만 정작 이곳 주민들은 재건축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이다. 구청에 안전진단 신청을 하기는커녕 아직 재건축 추진위원회도 결성하지 않았으며 건설회사들의 잇따르는 재건축 제안에도 주민들이 손사레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주 구청의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해 투자자, 투기꾼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반포 저밀도 5개 단지 중에도 ‘서울대 교수촌’은 쏙 빠져 있다.

최근엔 아파트 주민들을 상대로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추진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두가지 모두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반수를 넘기도 했다.

주민 권모씨(52)는 “그동안 수리도 많이 하고 주차장이나 녹지공간도 넓어 사는 데에 불편함이 없다”며 “오랫동안 살던 곳이라 정이 많이 든 데다 오히려 재건축 때문에 이사를 가는 게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주민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집을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집주인의 감성이 서려 있는 그림자 같은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주거지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주영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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