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정검 만든 한종칠 “우리 혼 서린 전통칼 복원해야”

2006.05.10 18:08

삼정검 만든 한종칠 “우리 혼 서린 전통칼 복원해야”

전체 길이 1m. 분명 쇠로 만들어졌지만 손에 잡히는 느낌은 가뿐했다. 물고기가죽을 덮어씌운 칼집에 칼을 넣고 보면 날렵한 겉모습이 장신구를 연상시킬 정도로 매혹적이다.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신임의 상징으로 한국 군 장성들에게 주던 삼정도(三精刀)가 삼정검(三精劍)으로 바뀐다. 지난 1983년부터 대통령이 처음 ‘별’을 단 장군 진급자에게 수여해온 이 칼에는 육·해·공 3군이 일치단결해 호국·통일·번영의 세 정신을 달성해달라는 뜻에서 ‘삼정도’란 이름이 붙여졌다.

- 도검제작은 종합예술 -

“한국군을 상징하는 칼인데 크고 뭉툭한 서양식 칼을 닮아 늘 마음에 걸렸죠. 여러 해 국방부에 건의했는데 이번에 제 뜻이 전해져 바뀌게 되었습니다.”

칼을 만드는 사람 한종칠씨(59·한국도검 대표). 한씨는 삼정도를 삼정검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전통 칼인 사인검(四寅劍)을 모델로 삼아 칼날이 양날로 바뀌며 삼정검이란 이름을 얻게 된 이 칼은 내년 1월부터 준장 진급자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한씨는 “사인검은 호랑이해(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 등 인(寅)자가 네번 겹쳐질 때 쇳물을 부어 만드는 보검으로 호랑이는 12간지 가운데 양기가 일어나는 시기를 상징하기 때문에 인자가 네번 겹쳐지는 4인에 만들어진 사인검은 음(陰)한 기운을 베어 국가의 위기를 물리친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한씨가 칼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나이 서른을 조금 넘기면서부터였다. 원래 그가 하던 일은 의류업이었다. 취미로 검도를 하던 그는 검를 고치러 도검제작소를 찾아가 검 만드는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검의 매력에 빠져버렸다. 아니, 그는 ‘홀렸다’고 했다.

“칼을 잘 살펴보니 그 안에 별의별 예술이 다 들어가 있었어요. 종합예술의 경지가 보이더군요. 저렇게 섬세한 금속조각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칼자루와 칼은 어떻게 붙였을까.”

한씨는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였다고 했다. 단순해 보이는 칼이지만 전통공예의 거의 모든 부분이 망라된 것이 도검제작이라고 했다. 우선 칼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쇠는 전통 단조와 열처리 기법이 필요한 부분이고, 칼의 금속부분을 마무리하는 데는 금속공예가 빠질 수 없다. 또 칼집 부분의 나무는 목공예로, 칼집의 표피는 옻칠기술이나 나전칠기 기술이, 칼의 손잡이 부분은 역시 목공예와 매듭 기술, 그리고 칼의 각 부위마다 필요한 장식들은 모두 금속이나 가죽공예 등.

칼은 젊은 한씨의 마음을 끌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 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그에게 일었다. 먹고 사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도 많았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뭘 알아야 할지. 자료라고는 한 장도 남은 게 없고, 그저 박물관 가서 칼 모양만 보고 왔지요. 그러나 겉만 베낀다고 속까지 같아지지는 않잖아요.”

- 우리것 훔친 日은 전승 -

그는 한국 최고의 칼을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전통 도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수소문하여 배워 나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검기술은 삼국시대와 조선시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도검 장인들이 거의 일본으로 끌려가 버렸기 때문에 문서로 남아 있는 자료는 아예 없었다. 그는 도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칼날이라고 말했다. 칼 만드는 사람에겐 날을 세우는 것이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본칼은 바로 이 기술을 우리에게서 훔쳐가 전승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 기술을 잃어버리고 복원하지 못하고 있어 그는 늘 안타깝단다.

칼을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도 문제라고 했다. 옛날에는 칼에다 제사를 지냈을 정도로 칼을 우러렀다. 칼은 그 칼을 소유한 사람의 몸을 지켜주는 동시에 정신을 곧고 바르게 수련시켜주는 중요한 물건이었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칼을 매일 손질하면서 그 칼의 기운을 받고 마음을 가다듬곤 한 것이다.

그는 정기가 살아 있는 칼, 칼을 보며 마음을 곧추세울 수 있는 그런 칼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글 김윤숙·사진 박민규기자 ys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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