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매장을 떠나라”… 美 월마트 안내방송 ‘인종차별’ 파문

2010.03.18 18:01 입력 2010.03.19 02:09 수정
구정은 기자

“주목! 모든 흑인들은 지금 매장을 떠나라!”

미국 뉴저지주 남쪽 워싱턴타운십의 월마트 매장. 지난 14일 이곳에서 쇼핑을 하던 사람들은 매장 내 안내방송을 듣고 경악했다. 갑자기 한 남성의 목소리로 “모든 흑인들은 떠나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던 것이다. 1960년대 흑백 분리가 공공연히 이뤄지던 시절도 아니고, 사상 첫 흑인 대통령까지 탄생한 마당에 어처구니없는 방송이 나오자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 방송이 있은 뒤, 월마트 직원이 즉시 마이크를 잡고 매장 안내방송을 통해 사과를 했다. 하지만 파장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17일 월마트는 공식 사과를 했다. 아칸소주 벤튼빌에 본사를 둔 월마트는 “그런 일은 우리도 용납할 수 없다”며 누가, 어떻게 저질렀는지 조사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당시 매장 안에 있었던 소비자들과 흑인사회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월마트 측이 문제의 남성이 누구인지, 월마트 직원인지 아닌지, 어떤 경위로 안내방송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 사흘이 지나도록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월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는 셰일라 엘링턴이라는 여성은 A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인종 간 관용을 열심히 가르쳐왔는데 그런 방송이 나와 황당했다”면서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링턴은 사건 경위가 밝혀질 때까지는 월마트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 전직 직원으로서 역시 같은 시간 이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있던 흑인 남성 빌 미첼은 “방송을 듣는 순간 충격을 받았고 기분이 몹시 상했다”면서 “하지만 (월마트에서 일하는 동안) 더 심한 말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월마트가 소수민족과 유색인종 등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로 물의를 빚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직원들이 흑인 손님들에게 모욕감을 주는 등 차별대우를 해 소송에 휘말린 것도 여러 번이고, 그로 인해 회사 측이 거액의 보상금을 문 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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