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사형제 반대 입장"

2012.09.07 17:37 입력 2012.09.07 17:59 수정

최근 잇다른 강력 범죄로 인해 사형을 다시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는 가운데 외교통상부는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사형제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형을 다시 집행할 경우)명분 측면뿐만 아니라 국익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외교부는 사형 집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국은 지난 15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간주되지만 여전히 사형제를 자체를 존치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연합(EU) 의회에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사형이 집행되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이 당국자는 “국제적으로 사형제가 있는 국가는 야만 국가로 취급 받는다”면서 “미국도 사형을 집행하는데, 우리라고 못할 게 뭐가 있느냐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그러니까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받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은 주별로 사형제 관련법이 다르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처에서 사형에 대한 입장을 외교부에 문의해올 경우 외교부는 역시 반대 입장을 낼 수 밖에 없다”면서 “일반 국민의 80%가 사형 집행에 찬성한다고 해도 외교부는 이 이슈에 관한 한 나머지 20% 안에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 김영삼 대통령 시절 23명을 사형 집행한 뒤 15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에서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연쇄살인 등 사회적으로 충격을 주는 범죄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사형을 다시 집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법무부는 사형 집행 유예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지만 정부 부처 내에서는 외교부가 강력하게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유럽의회는 2010년 3월 한국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를 합헌으로 결정한 것에 비난 결의안을 채택했다. 당시 유럽의회는 “지난 1996년에 7(합헌) 대 2(위헌)로 합헌 결정이 이뤄졌을 때보다는 (5대 4로) 차이가 줄었음에도 한국 헌법재판소가 사형제도를 재차 인정한 데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현대 형법체계에 부합하지 않으며 범죄율을 줄이지도 못하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밝힌다. 국회가 사형제 폐지 법률을 승인할 때까지 모든 사형 집행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유럽의회는 또 “한국 정부는 사형제 폐지에 관한 유엔 결의를 지지하는 한편, 유엔 총회에 상정될 (사형제 폐지 관련) 결의를 공동 발의하거나 이러한 결의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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