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케티 “지배세력은 불평등이 당연하다지만, 빠른 속도로 시정 가능”

2020.06.10 00:00 입력 2020.06.10 08:29 수정

‘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 출간…온라인 기자간담회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경제대에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선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지난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경제대에서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는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고 있지만, 뭐가 될지는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선 <자본과 이데올로기>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동네 제공

“이 책은 경제서라기보다 불평등의 역사, 그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들에 대한 역사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자본>으로 전 세계적 불평등 논의를 불러일으킨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가 출간 열흘 만에 2쇄에 들어가며 화제가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와 한국을 연결한 온라인 기자간담회는 준비 부족으로 피케티 교수가 잠시 퇴장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예정 시간을 넘겨가며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피케티 교수는 “(책이) 좀 더 무거워졌고, 더 두꺼워진 점에 대해선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지난번 책보다 훨씬 더 쉽게 더 많은 독자층이 읽을 수 있도록 썼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지배세력은 지금과 다른 사회 구조는 가능하지 않고 불평등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거라고 말하고 싶어하지만, 아주 많은 나라들에서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불평등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시정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책에선 노동계급 대신 좌파 정당의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 고학력자들인 ‘브라만 좌파’와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자산 보유자를 의미하는 ‘상인 우파’의 두 엘리트집단에 대한 분석이 주목받고 있다. 피케티 교수는 “프랑스를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가 담합을 통해 지배 정당을 형성하고 있다”며 “얼마나 큰 폭의 역사적 변화가 유권자들 내부에서 이뤄지고 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좌파 정당의 경우 세계화에 편승하며 노동계급과 멀어지고 있고, 우파 정당은 극우진영의 준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이 좌파와 우파가 재구성되는 급변의 시간을 거치고 있는 상황에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어떻게 불평등을 조정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고학력 ‘브라만 좌파’와 보수 지지 ‘상인 우파’의 담합을 분석
젊은이에 종잣돈 분배 제안…소득·부에 대한 높은 누진세 필요

불평등 심화의 대안으로 한국에선 기본소득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피케티 교수는 책에서 ‘사회적 일시 소유’ 개념을 강조한다. 그는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존을 지탱하는 기초생활비를 의미하기 때문에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는 충분치 않다”며 “가장 큰 불평등을 발생시키는 사적소유(자본)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자들만 자녀들에게 미래를 구상하는 종잣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가정의 자녀가 만 25세에 이르면 주거나 창업을 위한 종잣돈을 사회가 함께 마련하는 기본자산을 제안한다”면서 “이러한 분배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자산 집중은 분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능력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해선 “200만부가 팔린 책을 쓰면서 얻은 경험은 책 한 권도 나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경제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부는 기원상 사회적이고 집단적”이라고 말했다. 피케티 교수는 “문제는 개인의 능력과 소유를 신성시하는 것”이라며 “능력은 개인의 성공을 결정짓는 수많은 프로세스 중 그저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도 소득과 부에 대한 매우 높은 누진과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전 경제학자이지 예언가는 아니다(웃음)”라면서도 “코로나19가 공중보건 강화와 같은 평등과 연대의 실천을 이끌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국가중심주의와 민족주의 강화라는 모순적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재앙이나 위기가 한 가지 결과로 이어지진 않으며, 그 경험을 겪어내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와 공동 행동들이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지나친 불평등을 감소시킬 수 있는 경제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도록 모든 시민이 이데올로기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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