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위법” 6년10개월만에 결론

2020.09.03 14:18 입력 2020.09.03 15:26 수정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리는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리는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한 것은 위법하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결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지 약 6년10개월만의 대법원 결론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일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전교조 패소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10월24일 노동부는 해직 교원이 조합원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당시 전체 조합원 약 6만명 중 해직 교원은 9명이었다. 전교조는 이 처분에 반발하며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1·2심은 전교조 패소 판결을 했다.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노동3권과 같은 헌법상 보장되는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외노조 통보는 국회가 법률 자체에 규율하거나, 시행령에 위임한다고 규정하는 등 법률의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외노조 통보를 받으면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는 등 노조로서의 활동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되고, 이는 노동3권의 실질적인 행사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에 엄격히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법외노조 통보가 제도화된 과정을 살펴보면 분명한 법률의 근거가 없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현행 노조법은 제정 당시부터 설립신고 반려에 대해서는 규정하면서도 더 많은 이익을 침해하는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고 시행령에서 규정하도록 법률이 위임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행정관청이 위법 사항이 발생한 노조를 해산할 수 있게 하는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규정한 노조법 조항은 1987년 11월 폐지됐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인 1988년 4월 노동조합법 시행령에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대법원은 “행정관청이 법외노조 통보를 함으로써 사실상 노조 지위를 박탈하게 한 것은 노조 해산명령 제도와 사실상 동일하다”며 “오히려 노동위의 의결 절차가 없어 행정관청의 자의가 개입될 여지가 커졌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률에 규정돼 있다가 입법자에 의해 폐지된 노조 해산명령 제도를 행정부가 행정입법으로 부활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로 삼은 시행령에 대해 대법원은 “법률이 정하고 있지 않은 사항에 관해 법률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위임도 없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제한을 규정한 것”이라며 “법률유보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도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전교조가 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낸 신청에 대해서는 이날 기각 결정을 했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지위에 당장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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