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군요구 우즈벡 ‘인권’ 압박

2005.08.01 18:10

우즈베키스탄이 자국내 미 공군 철수를 요구하자 미국이 “우즈벡의 인권문제를 본격 거론하겠다”고 맞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감정적 대응은 우즈벡에서 철군할 경우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기지로 통하는 유일한 후방기지를 잃게 된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석유 이권 등 이 지역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러시아, 중국 등에 뒤처지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美, 철군요구 우즈벡 ‘인권’ 압박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지난달 30일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우리는 이 나라의 매우 중요한 인권문제를 간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번스 차관은 또 이번주로 예정된 우즈벡 방문 계획도 취소하고, 대 우즈벡 원조 중단까지 거론했다. 그는 “우즈벡 정부의 통보를 받고 내가 지금 그곳에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우즈벡은 15년째 집권해온 이슬람 카리모프 정권이 지난 5월 동부도시 안디잔 반정부시위 때 시위대를 향해 발포, 700여명을 사살해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미국은 우즈벡의 이런 ‘인권탄압’에 눈감았으며, 국내·외 여론에 떼밀려 마지못해 우즈벡 정부에 유엔 진상조사단 파견을 수용하고 난민의 루마니아 망명을 허용하라고 촉구하는 정도였다.

◇러·중의 승리=우즈벡이 이처럼 정권에 호의적이던 미국과 등을 돌리고 미군 철수를 요구하게 된 것은 이 지역 패권을 놓고 벌여온 외교 경쟁에서 미국이 패했음을 의미한다. 영국 더타임스는 “그동안 석유, 천연가스 자원이 풍부한 이 일대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전략적인 ‘로비’를 벌여왔다”며 “이번 일은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에 승리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2001년 9·11 사건 이후 미국은 우즈벡, 키르기스스탄 등에 기지를 유지하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명분이지만 사실상 카스피해 주변에서 나오는 석유의 안정적 확보에 더욱 더 관심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우즈벡, 키르기스는 러시아에도 군사기지를 공여, 두 열강 사이에서 양다리 외교를 펴며 살 길을 모색해왔다. 러시아는 자신의 앞마당까지 미군이 들어와 있는 것이 마뜩지 않았고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 중국, 중앙아시아 4개국으로 이뤄진 상하이협력기구(SCO)는 지난달 초 “미군의 철수 시한을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키르기스 역시 최근 미군 철수를 요구해, 미국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파견해 대규모 원조를 약속하며 간신히 주둔기간을 연장한 바 있다.

〈손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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