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의 승리” 과거 명성 회복…경제위기 즉시해소엔 경계

5명의 전문가 진단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가 이끌 향후 미국과 세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당선이 미국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면서도 과도한 기대는 경계했다.

도미니크 모이시

도미니크 모이시

프랑스국제관계연구소(IFRI) 창설자이자 미 하버드대 객원교수인 도미니크 무아시 박사는 오바마 당선으로 미국이 다시 희망과 기회의 땅이라는 과거의 명성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아시는 4일 독일 DW월드 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 승리가 주는 첫 메시지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서 미국을 다시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인본주의의 승리’를 미국의 보편적 메시지로 정의한 그는 “비록 중국과 러시아가 또다른 강국이긴 하지만 보편적인 메시지를 실천할 수 없다”면서 “아무도 중국인이나 러시아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지만 유럽인을 포함한 많은 세계인들이 미국인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 사이에 존재하는 불화에 대해 “유럽에 팽배하고 있는 반미주의가 오바마를 힘들게 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오바마의 당선과 함께 미국의 이미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것이 미국과 유럽의 불화가 기적처럼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무아시는 또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유럽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더 많은 경제적·군사적 도움을 요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오바마 당선 그 자체로 이미 미국의 이미지는 크게 바뀌었다”면서 “하지만 오바마 승리의 혁명적이고 상징적인 영향력을 과소평가해서도 안되며, 오바마 행정부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아시는 오바마의 당선이 아프리카인에게는 굴욕에 대한 승리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아시아인에게는 미국의 개방성을, 서구인에게는 포스트 인종주의와 다문화로 대변되는 현대성의 이미지를 각각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모티머

에드워드 모티머

에드워드 모티머 전 파이낸셜타임스(FT) 외교담당 에디터는 5일 “미국은 나머지 세계와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큰 기회를 갖게 됐다”고 오바마 당선 의미를 부여했다. 모티머는 이날 FT에 실은 기고문에서 “전 세계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악몽은 끝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오바마가 유일한 초강대국인 미국의 행동의 자유가 제한될 것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세계도 백악관 주인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미국이 원하는 대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신속하고 현명하게 행동하지 않고, 나머지 세계도 현실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기회의 문은 곧바로 닫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사바 유키

아사바 유키

아사바 유키 일본 야마구치현립대 국제문화학부 조교수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부시 시대의 마감이 곧 오바마 시대의 시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오바마가 내건 변혁에 대한 기대가 큰 것은 분명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변화가 아닌 변화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가 없는 오바마의 진가는 앞으로 시험대 위로 올라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매킨리 호주 국립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증강하겠다는 오바마의 약속은 실수라고 비판했다. 매킨리 교수는 이날 AFP통신에 “아프가니스탄 증병은 오바마의 가장 큰 실패가 될 것”이라면서 “누구든 아프가니스탄에 발을 담는 순간 패배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부활하는 러시아 등은 오바마를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머스 프리드먼

토머스 프리드먼

그는 “이 때문에 외교정책 전반과 관련해 유럽 정부들은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경제위기와 관련, “오바마가 원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프로그램을 실행할 여지가 많지 않다”면서 “전쟁 수행과 감세는 동시에 할 수 없는 경제적 광기”라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가 미 역사상 가장 실망스러운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날 칼럼에서 “오바마 당선으로 비로소 미국 시민혁명이 완성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프리드먼은 “시민혁명의 완성은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1863년 게티스버그 연설이 아닌 145년 후 투표박스에서 이뤄졌다”면서 “시민혁명은 끝났지만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