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월드포커스

독자가 언론 감시하는 시대...뉴욕타임스가 '옴부즈만' 없앤 이유는

2017.06.01 20:38
이인숙 기자

[이인숙의 월드포커스]독자가 언론 감시하는 시대...뉴욕타임스가 '옴부즈만' 없앤 이유는

아서 슐츠버거 주니어 미국 뉴욕타임스 회장이 31일(현지시간) 편집국에 공지를 올렸습니다. 옴부즈만 역할을 해온 ‘퍼블릭 에디터’를 폐지하겠다는 소식입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슐츠버거 회장의 공지에 이런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독자들의 대표로 일해 온 퍼블릭 에디터의 책임은 이제 한 사무실을 넘어서 너무 커져 버렸다. 소셜미디어 팔로어들과 인터넷 독자들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빈틈 없고 강력하게 워치독(감시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의 목소리를 누군가가 전달하는 것보다 이 모든 워치독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기사의 댓글 뿐 아니라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독자들이 바로바로 기사를 직접 평가하고 감시하는 시대에 언론사 내 독자들의 창구였던 옴부즈만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판단입니다.

뉴욕타임스는 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긴 2003년 ‘제이슨 블레어 스캔들’ 이후 퍼블릭 에디터 자리를 신설했습니다. 뉴욕타임스 기자였던 블레어는 당시 수십건의 기사를 표절·조작한 것으로 드러나 신문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지요. 퍼블릭 에디터는 신문에 실린 기사와 관련된 독자들의 질문과 평가에 대해 답변하고 기사를 작성·편집·출고한 과정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아 왔습니다. 별도 칼럼으로 편집국 내의 불편한 비판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여섯 번째로 이 자리를 맡았던 리즈 스페이드는 2일 뉴욕타임스를 떠나게 됩니다.

공영라디오방송(NPR) 등은 아직 옴부즈만을 유지하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옴부즈만을 없앴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NPR의 미디어 담당기자인 데이비드 포켄플릭은 트위터에 “뉴욕타임스의 퍼블릭 에디터는 완벽하지 못했고 편집국 안에서 싫어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독자들에게 설명할) 책임을 지는 자리였다. 큰 스캔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썼습니다.

그럼 뉴욕타임스는 이제 어떻게 하겠다는 걸까요. 슐츠버거 회장은 “독자를 중심에 놓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독자센터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퍼블릭 에디터가 전담하던 일을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공간으로 대체하겠다는 뜻입니다. 뉴욕타임스는 보도자료에서 “독자센터를 통해 독자들과 더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우리의 저널리즘이 더 나아지도록 독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독자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자 센터는 독자들로부터 웹페이지, e메일, 소셜 미디어 등 각종 채널을 통해 조언이나 피드백, 질문, 우려와 불만 등을 받습니다. 투명하게 설명하고, 독자들이 콘텐츠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시도하고, 개별 분야에 관심 있는 독자들과 기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지원하는 일 등을 하게 됩니다.

뉴욕타임스의 시도는 한국 언론에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습니다. 독자들의 불만과 지적, 이에 대한 언론의 대응을 두고 갈등이 많았던 요즘,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양한 플랫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독자 개개인이 1인 미디어가 되면서 기성언론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언론들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풀어갈지 숙제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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