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첫 좌파대통령 바스케스 별세

2020.12.07 13:48

타바레 바스케스 전 우루과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타바레 바스케스 전 우루과이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우루과이의 첫 좌파 대통령이었던 타바레 바스케스 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80세.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아들인 알바로 바스케스가 밝혔다. 알바로 바스케스는 “오랜세월 아버지에 다정했던 우루과이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올 3월 퇴임한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바스케스는 어려서부터 신문을 팔거나 목수일을 하며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축구를 사랑했던 청년’은 의대에 진학한 후 암전문의로 활동했다. 그는 가난한 동네에 병원을 열고 아픈 사람을 돌보다 1989년 수도 몬테비데오 시장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중도 성향 콜로라도당과 보수 국민당 양당이 170년간 번갈아 집권했던 우루과이에서 첫 좌파 대통령이었다. 그는 중도좌파연합 광역전선 소속으로 2004년 대선에서 승리해 2005~2010년 집권했다. 집권 초기 “나무의 뿌리를 흔드는 변화”를 약속했던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친기업 경제정책을 펴면서도 강력한 복지정책을 동시에 추진했다. 친기업 정책은 노동자 유권자들로부터, 복지정책은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각각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그의 퇴임 무렵 지지율은 80%에 육박했다.

그의 인기는 다음 대선에서 같은당의 게릴라 출신의 호세 무히카(2010~2015년 집권)의 당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렸던 무히카 전 대통령도 우루과이 경제성장을 이끈 좌파 지도자였다. AP통신은 “바스케스와 무히카는 인구 340만명의 우루과이를 남미 민주주의의 본보기로 만든 지도자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2014년 대선에서 다시 승리해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두 번째 임기를 보냈다. 이후 국민당 루이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이 바스케스 전 대통령에 이어 취임하며 우루과이는 15년 만에 좌파에서 우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의사였던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임기 중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06년 남미에선 처음, 전 세계에서는 다섯 번째로 공공장소 흡연을 금지했다. 이 같은 강력한 금연정책은 미국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와의 소송전으로도 이어졌고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우루과이 정부가 최종 승리했다. 외교적으로는 중남미 좌파 정치(‘분홍 물결’)의 한 축을 형성하며 쿠바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면서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과도 우호적인 관계였다. 아르헨티나와의 국경 인근에 대규모 펄프 공장을 세워 환경오염 문제로 충돌하기도 했다.

라카예 포우 대통령은 이날 “바스케스 전 대통령은 나라를 위해 헌신했고 많은 업적을 이뤘다”며 3일간 국장으로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광역전선 측은 “정치적 청렴과 변함없는 헌신을 보여준 명예로운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루과이 역사학자인 헤라르도 카에타노는 AP통신에 “바스케스는 자신의 뿌리가 어디인지 아는 직진형 정치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 대통령이 된 후 한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진료를 봤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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