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트럼프 ‘면책특권’ 주장 일부 인정…트럼프 “큰 승리” 반색

2024.07.02 04:30 입력 2024.07.02 13:17 수정

미국 연방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2020년 미국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면책 특권 주장을 일부 인정하고 사건을 하급심 재판부로 넘겼다. 오는 11월 미 대선 이전에 관련 재판이 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대통령 재직 중 행위에 대해서 면책 특권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재임 중 공식(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있으나 비공식(unofficial)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 특권이 없다”며 하급심으로 넘겼다. 이날 결정은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찬성, 진보 성향 대법관 3명 반대로 결론났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삼권 분립의 헌법적 구조 하에서 전직 대통령은 공식 행위에 일부 면책 특권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위가 공적인지 사적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급심에 넘긴다고 밝혔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특히 “최소한 대통령의 핵심적 헌법적 권한 행사에 관한 면책 특권은 절대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법무부 당국자들과 한 논의에 대해 ‘절대적 면책’이 적용되며, 따라서 이들 논의의 증거 능력도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2021년 1월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 인증을 거부하도록 압박한 혐의 등은 ‘면책이 추정된다’면서 최종 결정은 하급심의 몫이라고 결론내렸다.

이에 대해 진보 성향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에서 “헌법과 정부 시스템의 근간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우리의 민주주의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는 반대한다”고 비판했다. 역시 진보 성향인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도 다수 의견은 “명백하게 불법적이거나 해로운 대통령의 공식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법을 적용할 수 없게 했다면서 “법의 지배를 판사의 지배로 바꾸는” 것이 “미국의 제도와 미국인들에게 미칠 거대한 해악의 잠재력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를 비롯해 기밀문건 유출, 조지아주 개표 결과 개입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된 3건의 형사 재판은 11월 미 대선 이전에 진행될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사건을 제외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이전에 ‘사법 리스크’를 사실상 벗어나게 된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 결정 직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며 “미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고 반색했다. 그동안 대선 이전에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전략을 써 온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법원으로부터 바라는 거의 모든 것”(월스트리트저널)을 얻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지난달 첫 대선 TV토론 참패에 이어 대선 레이스에 또 다른 악재를 만난 셈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밤 백악관에서 한 긴급 연설에서 “미국은 왕이 없다는 원칙을 근간으로 세워졌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고,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의 결정으로 대통령의 권한은 사실상 제한이 없어졌다”며 “미국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 사건 연루 문제를 지적하며 “이제 국민이 트럼프의 행동에 관해 판단할 때”라고 투표로 심판해줄 것을 촉구했다.

연방대법원이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의 재임 기간 공식 행위에 대해 면책 특권을 사실상 폭넓게 인정한 것을 놓고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대통령과 그가 봉사하는 대상인 국민 사이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변했다. 이제 모든 공식 권력 행사에서 대통령은 법 위에 군림하는 왕(king above the law)이 됐다”고 일갈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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