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정국 원전백지화‘핵폭풍’

2000.11.01 19:11

대만 정국에 ‘핵폭풍’이 불고 있다.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탄핵 위기를 맞고 있고 주가지수와 통화가치 등 각종 경제지표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핵폭풍의 진원지는 대만 제4원자력발전소 건설문제. 대만 정부는 1998년 착공했던 제4기 원전건설을 백지화하겠다고 지난달 27일 전격 발표했다.

당초 연말에 최종 결정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장쉰슝(張俊雄) 행정원장은 “환경 보호를 위해 원전 건설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며 “증시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사회적인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서둘러 발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 사안이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28억달러(약 3조8천억원)를 투입, 공사가 이미 30%까지 진행된 데다 공사를 중단할 경우 사업자인 미국의 제너럴 일렉트릭(GE)에 대해 29억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주어야 한다. 따라서 원전을 짓지 않더라도 전체 사업비를 넘는 57억달러를 날리는 셈이다.

정치권의 반발은 위험수위를 넘었다. 국민당 등 야당은 전임 정부가 추진하던 초대형 국책 사업을 없던 일로 몰았다는 점에서 현정권의 결정을 ‘위헌’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당은 롄잔(連戰) 주석이 천총통과 영수회담을 가진 뒤 1시간 만에 원전 건설 백지화가 발표된 데 대해 ‘뒤통수를 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원내 115석인 국민당은 탄핵안 발의 착수 이후 현재 125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입법원 가결 정족수(전체 221석의 3분의 2인 147석)에 22표가 모자란 상태. 친민당, 신당의 표를 합치면 143명. 11명의 무소속 의원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행 대만 헌법은 입법원이 탄핵안을 가결하면 국민투표를 실시, 유권자 절반 이상(약 1천4백만명)이 투표에 참가해 과반수 찬성을 얻으면 총통직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한 TV 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천총통 탄핵 찬성은 7만여표로 반대(4만여표)를 크게 앞선 상태.

취임 6개월 만에 최대의 시련을 맞은 천총통은 공식 일정을 대부분 취소한 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과의 면담을 추진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효과를 거두지 못해 초조해 하고 있다.

한편 대만의 주식시장은 아시아 증시가 대부분 상승세로 돌아선 1일에도 폭락을 거듭했다. 자취안(加權)지수는 개장초 119.16포인트가 내린 5425.02로 5500선이 무너졌다.

〈홍인표기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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