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취임에 말폭탄 쏟아내던 중국, 사흘 만에 대만 포위훈련 시작

2024.05.23 09:54 입력 2024.05.23 21:02 수정

중국 “외부 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

미·일 대만 지원 해상 차단 능력 과시

대만 “비이성적 행위” 준비태세 맞불

중국 해군이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2022년 2월 촬영./AFP연합뉴스

중국 해군이 해상 훈련을 벌이고 있다. 2022년 2월 촬영./AFP연합뉴스

중국군이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사흘 만에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대만도 곧바로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23일 오전 7시45분부터 이틀간 대만해협과 대만 북·동·남부 및 진먼다오, 마쭈섬 등에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연합리젠(利劍·날카로운 검)-2024A’라는 이름이 붙은 이번 훈련에는 육·해·공군과 로켓군 병력이 동원돼 공습과 상륙전을 염두에 둔 통합 순찰·작전능력과 주요 표적에 대한 공격능력을 점검한다. 섬 주변으로 접근하는 선박과 비행기에 대한 순찰도 훈련에 포함된다.

리시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 훈련은 ‘독립’을 추구하는 ‘대만독립’ 분리 세력에 대한 강력한 징계이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훈련에서 해상을 장악하고 미국 등의 개입을 막는 능력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장치 중국인민해방군 국방대 교수는 이날 중국중앙(CC)TV에서 “우리는 대만이 고립된 섬이며, 석유 소비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이번 훈련에서 군이 새로운 봉쇄 모델을 연습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훈련에서 대만의 해양 관문 가오슝을 막고 섬 동쪽을 봉쇄해 전쟁 발발 시 미국과 동맹국이 대만을 지원하는 것을 막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앞서 라이 총통의 취임을 10여일 앞두고 미국 제7함대 소속 구축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했다고 미국과 대만 당국이 밝힌 바 있다.

중국 해경국도 푸젠해경이 진먼다오 등 인근 해역에서 함정 편대를 조직해 ‘종합 법 집행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 대만 해안경비대에 쫓기던 선박이 섬 근처에서 전복되어 중국인 선원 2명이 사망한 이후 진먼다오에서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도 곧바로 군 병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군의 군사훈련에 대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규정에 따라 육해공군을 투입해 대응함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대만의 주권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군 장병들에게 “전쟁을 회피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비상 대비 태세를 철저히 갖추라고 주문했다.

중국이 라이 총통 취임 이후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라는 점은 예상돼 왔다. 중국 당국은 지난 8년 동안에도 민진당 정부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라이 총통을 ‘분리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 스티븐 스클렌카 미 인태사령부 부사령관은 이날 호주 캔버라에 있는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우리는 이같은 일을 솔직히 예상했다”며 우려한다고 밝혔다.

라이 총통은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독립’이란 표현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대만은 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과 대등하게 대화·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총통 선거가 끝난 후 즉시 축하 성명을 발표하고 대표단을 대만에 보낸 것은 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지지와 양측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라이 총통 취임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라며 “어떤 구실이나 구호를 내걸든 간에 대만 독립 분열을 추진한다면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답했다.

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는 “동부전구의 훈련은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의 독립 도모 행동을 강력히 응징하며 외부 세력의 간섭과 도발에 엄중한 경고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을 겨냥해 “대만독립 세력을 부추기고 지지함으로써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21일에는 라이 총통 취임식에 일부 의원들이 참석했다는 이유로 중국 주재 한·일 대사를 초치했다.

CCTV는 이번 훈련을 두고 “민진당 당국과 외부 세력이 즉각 ‘독립’ 도발의 위험한 행동을 중단하지 않으면 도발이 한 번 있을 때마다 반드시 한 차례의 반격에 직면할 것이고, 도발이 심각해지면 반격도 강렬해질 것임을 엄정히 알린다”고 논평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라이 총통이 부총통이던 지난해 8월 19일 그의 미국 방문 후 귀국에 맞춰 대만 포위 훈련을 한 바 있다.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했다. 지난해 4월에도 당시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이유로 대만 포위 훈련을 했다.

로이터통신은 대만 측 관계자가 중국이 이번에 비행금지구역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대만도 중국 지상군과 로켓군의 대규모 움직임을 관찰하지 못했다며 “정치적 신호가 군사적 신호를 압도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다만 동쪽의 외딴 섬이 포함돼 포위 범위가 넓어진 점은 대만 측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익숙해진 대만은 일상을 유지했다. 대만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인 가권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0.26% 상승했다. 외국자본의 비정상적 유출입도 없다고 전해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공개한 훈련 범위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가 공개한 훈련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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