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만 병합, 침공 외에도 방법 있다” 미 싱크탱크 회색지대 전술 분석

2024.06.23 16:37 입력 2024.06.23 18:31 수정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격리’ 주목

‘봉쇄’와 달리 군사행동 간주 안 돼 개입 어려워

필리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에 회색지대 전술

중국 군함이 지난 5월 24일 대만 해협에서 대만 포위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 해양경비대 공개./AFP연합뉴스

중국 군함이 지난 5월 24일 대만 해협에서 대만 포위 훈련을 하고 있다. 대만 해양경비대 공개./AFP연합뉴스

중국이 침공 등 군사적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회색지대 전술’로 불리는 조치만으로 대만을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고 굴복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CNN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5일 발간한 보고서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해안경비대와 세관 당국 등을 동원해 대만의 일부 또는 전체를 격리(quarantine)할 수 있다. 격리는 특정 지역의 해상 또는 항공교통 통제를 위해 ‘법 집행’을 하는 조치다. 해경이 나서 대만으로 향하는 유조선·화물선 등에 대한 세관 검사를 강화하고 규정 위반을 이유로 벌금 부과, 선박 나포 등의 조치를 하는 일 등이 해당한다.

격리는 봉쇄(blockade)와 달리 군사적 성격을 갖지 않는 행동으로 간주한다. 보고서는 “중국 해안경비대가 주도하는 격리는 대만에 대한 전쟁 선포가 아니므로 미국이 어려운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섬에 대한 접근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과 동맹국들이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대만해협 문제에 개입하기 어려워진다.

격리 조치는 대만과 교역하는 국제 상선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나아가 기업들의 투자를 위축 시켜 대만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대만 내부 여론도 흔들 수 있다. 이처럼 군사적 목표에 준하는 목적이 있지만 군사행동의 선을 넘지 않는 압박 행위를 ‘회색지대 전술’이라 불린다. 보고서는 대만 최대 무역항인 가오슝항이 목표물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2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완고한 대만 독립분자’에게 최고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는 형사처벌 지침을 발표했다. 대만 국방부는 이날 중국 전투기가 41차례 대만을 향해 출격했으며 32차례 대만의 영공을 넘어왔다고 밝혔다. 둥쥔(董军) 중국 국방부장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대만 독립은 자멸의 길”이라고 말했다.

CNN은 격리 조치가 쉬운 선택지는 아니라는 점도 짚었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 사슬의 주요 축인 대만 경제가 위축되면 중국 역시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또 대만의 ‘반중’ 감정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중국의 회색지대 전술은 필리핀을 상대로 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중국 해경과 군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의심되는 민간인들이 필리핀 선박과 충돌하고 해경과 군이 자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나타나 필리핀 선박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됐다. 지난달 중국은 자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서 불법 침입하는 외국인에 대해 해경이 체포·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조치 발표 이후인 지난 17일 중국 해경이 남중국해 ‘세컨드 토머스 암초’에서 도끼로 위협하며 필리핀 해군의 보급 업무를 방해하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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