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아이들 위협하는 ‘푸틴의 창’

2016.02.16 21:51 입력 2016.02.16 22:59 수정
이인숙 기자

러시아 ‘카스피 함대’ 중동·동유럽에 긴장감 조성

15일 아침 시리아 정부군이 봉쇄하고 있는 북부 반군 거점지 알레포 인근 아자즈와 이들리브에 탄도미사일이 날아들었다. 미사일이 떨어진 곳은 국제기구 유엔아동기금(UNICEF)과 국경없는의사회가 운영하는 병원과 민가, 집을 잃은 주민들이 임시거처로 쓰던 학교다. 유엔에 따르면 어린이를 포함해 민간인 50명 정도가 미사일에 희생됐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 카스피 함대가 탄도미사일로 아자즈를 공격해 여성과 어린이가 숨졌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병원 폭격은 미군 전투기의 소행이지 러시아와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15일 터키 국경도시 킬리스에서 시리아 여성이 부상당한 소녀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한 터키 남성이 돕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시리아 북부 알레포와 이들리브에 있는 병원과 학교 여러 곳을 미사일로 공격,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킬리스 | AP연합뉴스

15일 터키 국경도시 킬리스에서 시리아 여성이 부상당한 소녀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한 터키 남성이 돕고 있다. 이날 러시아군이 시리아 북부 알레포와 이들리브에 있는 병원과 학교 여러 곳을 미사일로 공격, 5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킬리스 | AP연합뉴스

시리아 민간인의 ‘적’이 된 러시아 카스피 함대는 지난해 시리아 내전에 뛰어든 러시아 전력의 핵심 축이다.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시리아 정부군을 도와 반군 거점지에 쏟아붓고 있는 미사일은 카스피해에 떠 있는 러시아 해군 함정에서 날아드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9월 지중해에 면한 시리아 서부 항구 라타키아의 공군기지에 수호이 전투기를 보내 반군과 IS 근거지를 공습하기 시작했고 10월부터는 시리아로부터 1500㎞ 떨어진 카스피 함대도 동원했다.

카스피 함대는 창설된 지 300년이 돼가는 러시아의 유서 깊은 해군 부대다. 러시아 제국해군을 건설하려던 표트르 대제가 1722년 만들었고 카스피해 연안 아스트라한에 본부를 두고 있다. 카스피 함대가 첫 위용을 드러낸 것은 18~19세기 러시아·페르시아 전쟁이었다. 카스피 함대 수병들은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에 가세해 적군을 도왔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가 애국전쟁이라고 부르는 독·소전쟁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소련 붕괴 후 경제가 악화되면서 해군전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자 카스피 함대도 함께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2012년 3기 집권을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국주의’와 함께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다. 2012년 러시아의 대지·대함·대잠수함 미사일 시스템(칼리브르)을 갖춘 군함이 처음 투입된 곳도 카스피 함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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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된 후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된 ‘신냉전’ 상황에서 카스피 함대는 적잖은 지정학적 함의를 갖는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명령으로 지난 8일부터 카스피해와 흑해에서 카스피·흑해 함대의 군함 20여척, 8500명 규모 병력, 전투기 200대를 동원해 대대적인 깜짝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크림반도 합병 이후 러시아가 지난 한 해 동안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에서 실시한 군사훈련만 4000번이 넘는다. 2014년보다 500회가 더 늘어났다. 러시아는 ‘대량살상무기와 핵위협에 대비한다’ ‘극단주의 테러세력에 대한 대응능력을 키운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유럽을 향한 것임은 공공연하다.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시킨 터키도 러시아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

유럽은 러시아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에서 “러시아의 최근 발언과 태도, 핵전력 훈련은 이웃 나라들을 위협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 해군은 러시아의 군사훈련 직후 조지아에서 합동 군사훈련으로 맞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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