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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성매매 처벌 논란, 성을 사고 파는 것도 ‘권리’일까요

2016.04.08 09:58
장은교 기자

‘누구를 어떻게 처벌해야 성(性)을 사고 파는 악의 고리가 끊어질까요.’

대답 대신 다른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성매매도 직업으로 인정하면 안되는 건가요.’

성매매에 관대하다는 평을 들었던 프랑스가 최근 성매수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독일도 강제매춘인줄 알면서 성을 매수한 사람을 징역에 처하는 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지난 3일 성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 알선하는 사람 모두를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에 대해 다시 한번 합헌 결정을 내렸죠.

성매매 근절을 위해 여러 나라가 이토록 고심하는 것은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는 데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성매매는 범죄일까요. 성매매는 처벌로 근절할 수 있을까요. 성매매를 처벌한다면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까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다는 성매매를 둘러싼 논란을 살펴보겠습니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의사당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의사당 앞에서 성매매 종사자들이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성매매 ‘범죄’로 보고 처벌 수위 높이는 유럽

프랑스 하원은 지난 6일(현지시간) 돈을 주고 성관계를 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원 의원 64명이 찬성표를, 1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11명은 기권했습니다. 이 법안은 성매매를 한 초범의 경우 1500유로(약 197만원)의 벌금을, 재범일 경우 3750유로(약 493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벌금과 함께 성매매가 왜 나쁜지 가르치는 수업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벌금 액수가 많다고도 생각할 수 있고 적다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프랑스가 처음으로 돈을 주고 성을 산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매춘은 불법이 아니었습니다. 2003년부터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서 야한 옷을 입고 성을 팔기 위한 호객행위를 할 경우에만 처벌했습니다. 성매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성을 드러내놓고 파는 사람만 처벌하는 법이어서 프랑스 내에서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새 법안은 2013년 처음 발의된 후 2년이 훌쩍 지나서야 통과됐습니다. 그만큼 찬반 양론이 팽팽했기 때문입니다. 새 법안은 사회당이 추진했는데, 야당인 공화당은 “성매수자를 처벌하고 성매매를 범죄화하면 성매매는 더욱 음성화되고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은 더욱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며 반대했습니다. AFP는 “하원에서 법안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선 성매매 노동자 60여명이 ‘성매매 범죄화’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성매매 노동자 단체 스트라스 대변인은 인디펜던트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빈곤해지고 더 폭력에 직면할테고 더 무시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새 법안은 성매매 노동자들을 처벌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들이 새로운 직업을 가지려고 할 경우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안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성매매 노동자가 외국인일 경우 추방하지 않고 체류할 수 있도록 신분도 보장하겠다고 했습니다. 프랑스의 성매매 노동자 수는 약 4만명으로 추산됩니다. 이중 80%는 북아프리카와 아시아, 동유럽에서 온 외국인들입니다. 성매매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은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내 몸에 대한 권리는 나에게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매매도 하나의 직업이고 성을 팔 권리는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하려는 측은 성매매 노동자들을 ‘희생자’로 보고 보호하려 하지만, 자발적 성매매 노동자들은 성을 매매할 권리를 국가가 박탈하는 것이 인권 침해라고 주장합니다.

2005년 이탈리아에서 한 여성이 성매매를 위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2005년 이탈리아에서 한 여성이 성매매를 위한 호객행위를 하는 모습 |위키피디아

프랑스가 논쟁 끝에 법안을 통과시킨 날, 독일 대연정은 강제성매매 규제를 위한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새 법안은 자발적 성매매가 아니라 인신매매 등을 통해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된 것을 알면서도 성을 매수한 경우 최소 징역 3개월에서 최장 징역 5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독일은 2001년 성매매를 합법화했습니다. 성매매 노동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결단이었지만, 그후 독일은 ‘유럽의 사창가’가 됐다는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성매매가 공개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성매매 가격은 낮아졌고 정부가 성매매와 인신매매를 부추긴다는 비판까지 나왔습니다. 지금 논의중인 새 법안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할 권리는 지켜주되,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된 희생자들은 보호하겠다는 취지입니다.

독일언론 도이체벨레는 독일이 ‘노르딕 모델’과 ‘더치 모델’의 중간 길을 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르딕 모델’이란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북아일랜드 등에서 성매매자는 처벌하지 않고 매수자만 처벌하는 것을 말합니다. 1999년 스웨덴이 처음으로 이 법안을 통과시킨 뒤 북유럽 국가들이 비슷한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프랑스가 이번에 도입한 것도 노르딕 모델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수자만 처벌하는 방법은 과연 효과가 있었을까요. 스웨덴 정부 발표에 따르면 1998년 약 2500명이었던 성매매 노동자가 2015년 약 1000명으로 줄었습니다. 스웨덴의 한 성매매단속 경찰은 지난해 가디언 인터뷰에서 “2007년 이후 내가 체포한 성매매 남성이 700명”이라며 “이제 스웨덴에서 사람들은 성을 매수하는 것이 굉장한 위험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성매매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 할 수도 있지만, 성매매자를 처벌하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감소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더치 모델’은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네덜란드는 성매매를 하나의 직업, 산업으로 인정하는데 네덜란드 모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드러내놓고 관리하기 때문에 성매매 노동자들이 더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 여성이 성매매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성매매를 범죄화 하지 말라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국제앰네스티

한 여성이 성매매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성매매를 범죄화 하지 말라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국제앰네스티

■성매매도 직업인가

국제앰네스티는 지난해 8월 “성매매를 범죄화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결의안을 발표해 큰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앰네스티는 인신매매를 통한 성매매에는 반대하지만 성매매 자체를 범죄로 규정할 경우 성노동자들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성을 사고 파는 행위든 알선하는 행위든 어느 쪽이라도 범죄로 처벌하기 시작하면 늘 차별과 학대와 폭력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성노동자들의 인권이 더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앰네스티는 성매매 노동자들을 ‘몸’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성인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성적 서비스’를 파는 직업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앰네스티의 주장을 성매매 종사자들은 크게 환영했지만, 거센 비판과 조롱도 잇따랐습니다. 프랑스 성매매폐지연합회는 “앰네스티는 여성들을 성적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대신 포주와 성매수자를 처벌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며 앰네스티와 연계를 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웨덴 외무장관 마르고트 발스트룀은 “누군가 자유롭게 선택한 행복한 성매매라는 건 신화에 불과하다”며 “수십억 유로 규모의 성산업을 유지하는 포주들과 성매수자들이 만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고 비판했습니다.

성매매 처벌과 성을 사고 팔 권리를 둘러싼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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