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여배우 “난 페미니스트다”

2016.06.02 20:48 입력 2016.06.02 21:29 수정

칸영화제 수상 회견 중 드러난 ‘여성주의’ 문신

강경파 공격에도 당당

“페미니스트: 남녀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 지난달 31일 이란의 나탈리 포트만이라 불리는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2)가 트위터 계정에 페미니스트의 정의와 함께 “진정하세요. 맞습니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란 여배우 “난 페미니스트다”

그가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은 전날 참석한 기자회견에서 찍힌 사진 때문이다. 알리두스티는 지난달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더 세일즈맨>에 출연했다. 칸영화제에 참석했다가 돌아온 그는 지난달 30일 테헤란에서 <더 세일즈맨> 제작진 공동기자회견에 나왔다.

이 자리에서 히잡을 두르고 붉은 드레스를 입고 있던 알리두스티가 마이크를 잡으려고 팔을 뻗는데, 소맷자락이 올라갔다. 그때 왼쪽 팔에 새겨진 문신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주먹을 치켜든 듯한 모양의 문신(오른쪽)은 ‘여성의 힘’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여성주의를 지지하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이란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쟁이 시작됐다. 보수파들은 알리두스티가 페미니스트 문신을 새겼다며 소셜미디어에서 맹공격을 했다. 이슬람 강경파들은 페미니스트들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하고 가족의 가치를 거스른다고 비난한다. 2003년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는 노벨평화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수파들의 공격을 당한 적 있다.

이란 여배우 “난 페미니스트다”

알리두스티는 당당했다. 논란이 번지자 그는 트위터에 문신 모양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주먹을 치켜드는 모양의 심벌이 종종 급진적인 페미니즘 운동을 대변하는 것으로 쓰이지만 1960년대에는 흑인 인권 운동에도 사용됐다”고 소개했다. 또 “페미니즘은 남성과 가족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누구나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에서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여성의 권익을 주장하는 움직임은 드물었다”며 “유명 여배우가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여전히 알리두스티를 향한 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알리두스티에게 “너는 내일 (이란에서도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갇힐 거다”라는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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