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영토 편입…출구전략 닫았다

2022.09.30 21:06 입력 2022.09.30 22:58 수정

헤르손 등 4곳 병합 조약 체결

“모든 수단으로 우리 땅을 방어”

러 핵전쟁 도발 가능성은 커져

푸틴, 우크라 영토 편입…출구전략 닫았다

러시아가 3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점령지역의 병합 조약을 체결하고 러시아 연방 편입을 공식화했다. 병합 작업이 완료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전략은 사실상 봉쇄될 수 있으며, 핵전쟁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주, 헤르손주 등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에 대한 병합 조약에 서명했다. 그는 서명에 앞선 연설에서 “해방된 영토의 주민들은 영원히 러시아 시민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힘과 수단으로 우리 땅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으나 새로 병합한 지역 주민들의 선택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러시아 상·하원이 조약을 비준하고, 푸틴 대통령이 최종 서명하면 이들 지역의 편입 절차는 마무리된다. 러시아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병합할 당시 현지 주민투표 이후 6일 만에 모든 절차를 마쳤다.

합병 지역의 재건 계획도 마련했다. 러시아 정부가 공개한 예산안에는 지역 재건에 33억루블(약 822억원)이 배정돼 있다. 서방에서는 DPR에 속해 있는 마리우폴시의 피해액만 140억달러(약 20조원)가량으로 추산했다.

러시아의 점령지 병합은 이들 지역을 러시아 영토로 규정해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서방의 지원에 부담을 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푸틴 병합 연설 듣는 우크라 점령지 대표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에 대한 병합 조약 서명식에서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표 등 참석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푸틴 병합 연설 듣는 우크라 점령지 대표들 3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점령지 네 곳에 대한 병합 조약 서명식에서 데니스 푸실린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표 등 참석자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모스크바 | 타스연합뉴스

■바이든 “절대, 절대,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유엔 “법적 효력 없다”

동원령 선포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민 불만을 달래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문제는 이번 조약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전략이 더 멀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헌법을 개정해 병합한 영토의 양도를 금지했다. 우크라이나가 영토 수복을 포기하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점령지 병합은 러시아 정권과 더는 대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판돈’을 너무 끌어올린 나머지 출구전략을 막아버린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애너톨 라이븐 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목표는 서방이 종전 합의를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긴장의 급격한 고조는 서방의 대응을 부를 뿐만 아니라 평화 가능성도 오랫동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병합으로 핵전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우크라이나가 병합 지역을 수복하기 위해 공격하면,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 대한 공격이라며 핵무기 사용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국제적 고립만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남태평양 도서국과의 정상회의에서 “미국은 절대, 절대, 절대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른바 주민투표는 완전한 가짜이며 결과 역시 모스크바가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본부 기자회견에서 “투표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법적 효력이 없다”며 “(러시아의 영토 병합이) 절대 용인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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