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총리 “미국은 집권당 피데스의 3대 주적”

2023.04.12 14:59 입력 2023.04.12 15:32 수정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2019년 5월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오른쪽)가 2019년 5월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미국을 두고 헝가리 집권당 피데스의 3대 주적이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최근 유출된 미 정부 기밀 문건 중 3월2일자 ‘CIA 정보 업데이트’에 오르반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오르반 총리의 ‘미국 주적’ 발언은 지난 2월22일 열린 피데스의 정치 전략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문건에 출처가 미국 대사관으로 표시된 점으로 미루어 미국 정부가 헝가리 집권당을 도청해서 얻은 정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르반 총리는 보도와 관련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고 부다페스트 주재 미국 대사관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오르반 정권은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수시로 서방의 대러 단일대오를 깨뜨리는 돌출 행보로 미국과 유럽의 눈총을 받아왔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데도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대러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헝가리는 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대해서도 막판까지 어깃장을 놓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에 대해서는 여전히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서방 정상들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장 친밀한 인물인 것으로 평가된다. 서방 정상들 중 지난해 말 푸틴 대통령의 새해 축전을 받은 사람은 그가 유일했다.

EU가 러시아 에너지 금수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헝가리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이날 헝가리와 러시아가 새로운 러시아 가스 수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자국 원전 단지에 러시아산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헝가리는 미국이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한 중국과도 밀착하고 있다. 헝가리는 EU 국가 중 최초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다. 지난해 2월 일부 구간이 개통한 헝가리-세르비아 고속철도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는 헝가리에 최대 규모의 공급센터를 갖추고 있다. 2017년 미국 백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중부유럽대학 부다페스트 캠퍼스를 폐쇄한 헝가리가 중국 상하이 푸단대 캠퍼스 유치를 추진 중인 것도 오르반 총리의 친중국 행보를 보여주는 사례다. 헝가리는 2021년 2월 EU 국가 중 처음으로 중국의 코로나19 백신 시노팜을 도입했다.

지난 2월에는 헝가리 친정부 매체가 남성 동성애자인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 대사를 ‘마담’이라고 부르면서 프레스먼 대사와 오르반 정권 인사들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레스먼 대사는 트위터에 “러시아 정치인을 (국제사회) 제재로부터 보호하는 게 헝가리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고 비판했고 시야르토 장관은 “헝가리 내정에 간섭하는 건 대사의 임무가 아니다. 미국과의 협력 개선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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