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뉴 재팬’의 조타수

下. 보수 재구축-‘日개조’정책 복안

2006.09.01 18:08

아베 신조(安倍晋三) 캠프가 요즘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은 이미지 변화다. ‘소프트 무드’의 외견과 달리 극우·강경·보수로 표현되는 성향을 탈색하겠다는 것이다. 아베는 1일의 자민당 총재선거 출마선언 무대로 히로시마(廣島)를 선택했다. 당초 계획은 도쿄(東京)였다. 선언에 앞서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찾아 전몰자위령탑에 헌화했다. 원폭 피해지로 평화의 이미지를 주는 히로시마에서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평화주의자임을 강조한 셈이다.

[아베  ‘뉴 재팬’의 조타수] 下. 보수 재구축-‘日개조’정책 복안

외교 분야의 집권 청사진도 색깔이 옅어지고 있다. 그는 이날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연대를 통한 열린 아시아’를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6일 총리 후보 토론회에서 “관계 개선을 위해 확실히 노력하겠다. 한·중 양국도 한발 앞으로 나서달라”는 발언에 이은 제2탄이다. 물론 이는 일본의 국익을 위해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고이즈미 정권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

실제로 아베 진영은 요즘 한·중 양국에 아베가 ‘막가는 매파’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념 자체는 보수적이지만 이웃 국가와의 우호 관계까지 파기할 정도의 성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과 법 지배라는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낙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부인이 열렬한 한류팬이며 약간의 한국말도 할 줄 안다는 점도 홍보하고 있다.

다만 이같은 관계 개선의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한·일, 중·일 관계가 근본적인 해빙을 맞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게 현실이다. 당장 그는 이날 집권 청사진에서 아시아 외교의 최대 현안인 야스쿠니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8·15 참배’를 선거 공약으로 내놓았던 고이즈미에 비해 낫다는 분석도 있지만 ‘적극 참배론자’인 성향을 감안하면 언제 뒤통수를 칠지 모른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청사진은 오히려 이웃국가를 자극하는 사안들도 가득하다. 아베의 지향점은 ‘아름다운 나라’로 표현되는 새국가 창조다.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는 개헌과 교육법 개정이 놓여있다. 특히 개헌은 최우선 정책과제로 자리매김했다.

아베에게 개헌은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가업이다. 기시는 1955년 자민당 창당시 간사장을 맡아 미 점령군이 만든 평화헌법을 대신해 일본인 손으로 만든 자주헌법 제정을 강령에 넣은 인물이다. 물론 여기에는 헌법상의 각종 군사적 제약을 뛰어넘겠다는 복선이 깔려있다. 아베가 겨냥하는 부분은 무력행사 및 교전군을 부인하고 이를 위해 군대 보유를 금지하고 있는 9조다. 아베의 개헌 작업은 ‘강한 일본’ 추구라는 이념적 성향 한편으로 일본외교의 최우선 순위인 미·일동맹 강화와 맞닿아 있다. 주일미군 재편을 통해 자위대와 미군의 군사 일체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일본이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헌법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 역시 세계전략 차원에서 일본의 개헌을 원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 선제공격 용인 움직임을 비롯해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중앙정보국(CIA)을 본뜬 일본판 NSC와 CIA 창설도 추진중이다.

교육기본법은 일본의 미래를 담보하는 장치로 여기고 있다. 아베가 강조하는 교육개혁은 국가를 사랑하는 ‘공(公)의식 함양’이다. 일본은 48년 군국주의의 정신적 기반이 됐던 교육칙어 암송 등을 폐지하고 개인의 존엄을 기본 이념으로 하는 교육기본법을 제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에 대한 중요성뿐 아니라 가정이나 지역, 국가를 사랑하는 교육이 절대 필요하다는 게 아베의 인식이다.

아베는 개헌과 교육기본법 개정이 이뤄진다고 해서 일본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일본의 군사력 강화 및 정신 재무장이 이웃국가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적지 않다. 대북 정책은 고이즈미 정권에 비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대화와 압력’이라는 기존 노선을 계승한다면서도 이미 ‘압력’ 중시쪽으로 옮겨간 상태다. 이미 납치문제특명팀이 강화됐고, 본격적인 제재에 대비한 각종 입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내 양심세력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아베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나라’에 대해 미국에서 보면 말 잘 듣는 ‘한심한 나라’, 이웃국가에서 보면 ‘무서운 나라’, 일본 국민 입장에서 보면 ‘부끄러운 나라’라는 패러디까지 나오고 있다.

〈도쿄|박용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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