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 일본이 쌓여가는 성인용 기저귀를 '재활용'하는 방식

2021.11.16 17:23

일본 돗토리현 호우키 마을의 한 온천에서 지하 1㎞ 깊이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물을 데우는 연료는 다름 아닌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에서 나온다. 이 마을에서는 도시 쓰레기의 약 10분의 1을 차지하는 성인용 기저귀를 재활용해 보일러를 가동하기 위한 연료 공급원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호우키 지역 당국은 공중목욕탕의 난방비 등을 줄이기 위해 마을에 있는 소각장 2곳 중 한 곳을 기저귀 재활용 공장으로 전환해 연료를 생산하기로 했다. 수거된 기저귀는 350도 열에서 24시간 동안 살균·발효된다. 기저귀는 보풀로 바뀌고 기계 처리를 거쳐 2인치 길이의 회색 알갱이, 즉 펠릿 연료가 된다. 온천에서 작업자가 큰 깔때기에 펠릿을 부으면, 이는 플라스틱 튜브를 통해 보일러로 전해진다. 태워진 펠릿은 극도의 열을 내며 목욕물을 데운다. 이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지만 보일러 원료로 쓰였던 석탄이나 석유 가스보다 배출량이 적다고 정부는 밝혔다.

급속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일본에서 기저귀 쓰레기 문제는 골칫거리다.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지난 9월15일 기준 29.1%로, 201개 국가·지역 가운데 가장 높다. 기저귀 주 사용자는 요실금이 있는 고령층으로, 일본 환경부에 따르면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양은 지난 5년 동안 13% 가까이 증가해 연간 150만톤에 달한다. 기저귀에는 플라스틱, 면 펄프가 다량 함유돼 있는데, 오염되면 당초 무게의 4배까지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다른 폐기물보다 태우는 데 더 많은 연료가 든다. 고비용, 다량의 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고령 인구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는 2030년까지 성인용 기저귀 쓰레기는 23% 더 늘 것으로 전망됐다. 크레메나 엠 론코바 세계은행 도시개발 선임 전문가는 “칵테일 빨대와 우산 장식물은 쉽게 없앨 수 있지만, 기저귀를 없앨 수는 없다”고 말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일본 환경부는 지난해 기저귀 소각 문제의 대안을 논의하기 위해 실무그룹을 소집했다. 다른 몇몇 지자체들도 호우키 마을을 따라 기저귀를 펠릿 연료로 전환하거나 시멘트와 혼합할 수 있는 재료로 바꾸는 실험을 하고 있다. 쓰레기의 80% 이상이 소각로로 직행하는 일본에서 기저귀 쓰레기 재활용은 자구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고령화·저출생으로 인구통계학적 붕괴에 직면한 국가들은 일본의 대안에 주목하고 있다. 타모츠 모리야스 호우키 시장은 “재활용 방안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이 일본 전역은 물론 인도네시아와 남태평양 타히티 섬에서도 왔다”고 NYT에 말했다. 가와이 코스케 국립환경과학원 선임연구원은 “선진국들은 앞으로 일본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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