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일본과의 평화조약 협상 중단 선언…대러 제재 동참에 따른 대응

2022.03.22 15:46 입력 2022.03.22 16:29 수정

러시아 외무부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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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일본과의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일본이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데 따른 대응이다.

러시아 외무부는 21일(현지시간) ‘일본 정부 결정에 대한 대응 조치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세와 관련한 일본의 일방적이고 비우호적인 대러제재를 고려한 일련의 조치를 취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외무부는 “러시아 측은 현 상황에서 일본과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지속할 의사가 없다”면서 “러시아에 명백히 비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러시아의 이익에 해를 끼치려는 국가와 양자 관계 기본 문서 서명 논의가 불가능함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또 러시아 남쿠릴열도와 일본 사이의 무비자 방문에 관한 1991년 협정과 이전 남쿠릴열도 거주 일본인들의 고향 방문 절차 간소화에 관한 1999년 협정에 근거한 일본인들의 (해당 지역) 무비자 여행을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쿠릴열도 내 공동경제활동에 관한 양국 간 대화도 중단하기로 했다. 외무부는 “두 나라 간 협럭을 훼손하거나 일본의 이익을 해치는 일의 모든 책임은 반러시아적 행동을 취한 일본 측에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반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22일 참의원예산위원회에서 “이번 사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기인해 발생했다. 일본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대응은 극히 부당한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일본 측이 강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또 “쿠릴열도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한다는 기본적인 일본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야마다 시게오 외무심의관이 주일 러시아 대사에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항의했다고 전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적국이었던 일본과 소련은 1956년 국교정상화를 했지만 평화조약은 맺지 못했다. 1945년 8월 일본 정부의 2차대전 항복 선언 이후 소련군이 점령한 쿠릴열도 4개섬(쿠나시르, 이투루프, 시코탄, 하보마이) 영유권 문제가 걸림돌이었다.

일본은 4개의 섬을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소련 영토 대부분을 이어받은 러시아는 쿠릴열가 2차대전 승전국과 패전국 간 배상 문제를 규정한 국제법적 합의에 따라 러시아에 귀속됐다며 반환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0년 7월 헌법을 개정하며 타국에 영토 할양을 금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에 따라 쿠릴열도의 반환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졌지만 양국은 경제협력 등은 계속 논의해 왔다. 미·중 대립으로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협상을 통해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가 평화조약 체결 협상을 일방적으로 거부한 것은 전후 양국이 함께 머리를 싸매고 노력해왔던 관계개선의 길을 닫는 것”이라고 평했다. 모스크바 주재 일본 대사관은 “북방영토와 관련해 양국 간 이견이 있었음에도 지난 30년 간 인도적 차원에서 해 왔던 조치들을 중단하는 것은 섬 주민과 가족들의 감정을 강하게 짓밟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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