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의혹에 다급해진 일 자민당 “당 차원 관계 없다”

2022.08.02 17:04 입력 2022.08.02 17:28 수정

개헌·가족개념 등 이념 공통점 지적도

통일교 논란 속 아베 국장 반대 53%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NHK화면 갈무리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일교와의 유착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NHK화면 갈무리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총격 사망으로 불거진 집권 자민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의 유착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자민당은 “당 차원의 조직적 관계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일부 언론들은 선거자금과 조직 외에도 당의 이념적 기반까지 통일교가 관련돼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 시작했다.

‘통일교 유착’ 지목 정치인들 줄줄이 해명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주요 정당들은 2일 일제히 자당 소속 정치인들과 통일교와의 관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은 “(당과 통일교와의 관계에 대해)다시 확인하라고 지시해 일체 관계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모테기 간사장은 “(통일교 인사들을)당의 공식 회의에 초청한 적도 없고 ‘우호단체’ 등 당과 관련된 단체 명단에도 통일교 및 관련 단체 이름은 없었다”며 “개인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는 각 의원이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당 의원들의 해명이 이어졌다. 아베 전 총리의 친동생인 기시 노부오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당 조직 차원으로서 교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지금까지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기시 방위상은 지난달 26일 통일교 인사와 교분이 있었으며 선거 때 자원봉사 등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하야시 도시미쓰 외무상은 “통일교와는 일제히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노다 세이코 저출생담당상은 통일교 관련 단체 행사에 축전을 보내거나 비서가 대신 참여한 일은 있다면서도 “가족, 여성문제 관련 입장이 달라 오히려 (통일교로부터) 비판받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통일교 행사에 참석했거나 후원금을 받은 정·관계 인사는 현직 장관까지 포함해 112명이고 이 가운데 자민당 인사가 98명으로 압도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내각 지지율까지 하락하자 당 차원에서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교도통신이 지난 30일과 31일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과 관련해 반대 응답이 53.3%를 차지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58%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에 이어 통일교 유착설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체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이 정중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개헌 성향 야당은 반격 태세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거나 트러블을 일으키는 단체에게 선거 지원을 요구하거나 국민의 오해를 초래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며 개별 의원들에게 설명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보다 우익 성향이 강한 일본 유신회도 같은 날 통일교 행사에 관련 있는 자당 소속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반면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는 “(통일교로부터)기부금 수령이나 정치활동 지원 등을 받은 일은 전혀 없었다”며 행사 축전 송부 등의 관련 행위에 대해서는 더 깊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교의 반공 성향으로 오랜 갈등을 빚어온 일본 공산당은 통일교와 아베 정권의 유착 의혹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공산당은 특히 일본 문부과학성이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통일교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이름을 바꾸는 것을 허용한 것을 두고 집중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일교는 1997년부터 명칭 변경을 요청했으나 문부과학성은 고액 헌금 등의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이유로 허용하지 않았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에 따르면 문부과학성은 과거에는 서류 요건이 미비해서 허가를 내지 않았으나 2015년에는 요건을 갖췄다고 해명했다.

일본 언론, 통일교 관련 정책 조명 시작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 한동안 통일교 언급을 피했던 일본 대형 미디어들은 선거자금, 조직 지원 의혹을 넘어 자민당과 통일교의 이념적 친연성에 대한 보도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도쿄신문은 자민당을 지원해 온 일본 내 통일교 정치단체 ‘국제승공연합’이 마련한 개헌안 초안의 안전보장, 가족 관련 규정이 자민당이 2012년 마련한 개헌한 초안과 일치한다고 보도했다. 외부의 무력 공격이나 내부 테러, 대규모 재해시 총리가 긴급사태를 선언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하며 강력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도록 한 긴급사태조항이 대표적이다. 자민당은 긴급사태 선포 요건에 외부의 공격이나 대규모 테러 등이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자 2018년 ‘대규모 재해시의 대응으로서 같은 긴급사태 대응’으로 조문을 고치고 “외부의 공격과 대규모 테러도 선포 요건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별도 의견을 첨부해 개헌안을 정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종교사회학자인 쓰카다 호사카 조에쓰교대 대학원 교수와 인터뷰해 통일교와 일본 보수 정치권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인터뷰를 내보냈다. 쓰카다 교수는 “가족과 순결을 강조하고 동성애 등을 공산주의적 가치관으로 규정하는 통일교는 자민당 보수 이념과 친화성이 있다”며 이념을 매개로 정치세력과 종교단체 간 제휴 관계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아베 1차 내각 시기인 2006년 개정 교육기본법에 ‘가정교육’ 관련 항목이 도입되고 아베 전 총리는 성교육, 젠더프리교육 등에 대한 비판의 선봉에 선 일을 언급했다. 그는 1960년대 자민당은 국제승공연합 조직을 이용해 일본의 학생운동에 대항하려 했다고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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