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독립’양측 입장 평행선

2002.04.01 19:39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은 현재 전쟁상태로, 테러를 근절시킨 다음에야 휴전이 가능하다”고 말한 반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죽음이 두렵지 않다. 유엔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수뇌부의 발언은 양측의 입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스라엘은 무력충돌이란 현상을 봉합하기 위한 ‘휴전’을 원하는 반면 팔레스타인은 휴전을 뛰어넘어 본질적인 문제 해결책인 ‘독립국가’ 건설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앤서니 지니 미 중동특사가 지난주 합의된 부분과 미합의 부분을 구분한 뒤 협상하자며 양쪽 진영에 전달한 ‘공동 목표’란 문서에 대해 이스라엘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측은 “항구적인 평화 달성을 위한 미첼 보고서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다”며 거부했다. 미첼 보고서는 2000년 10월 아라파트와 에후드 바라크 당시 이스라엘 총리의 합의 아래 미국의 전 상원의원 조지 미첼이 구성한 미첼위원회가 작성한 것으로 ▲점령지내 유대인 정착촌 건설 동결 ▲팔레스타인 지역의 경제봉쇄 해제 등을 담고 있다. 결국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건설에 우호적인 내용이다.

이번 분쟁은 2000년 9월 당시 이스라엘 극우정당인 리쿠드당 당수 샤론이 동예루살렘내 템플 마운트를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동예루살렘은 ‘땅과 평화의 교환’을 원칙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공식 인정한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양측이 줄기차게 관할권 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샤론의 템플 마운트 방문은 이곳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받아들여져 팔레스타인측의 인티파다(봉기)를 야기했다.

지난해 2월 압도적인 표차로 총리에 당선된 샤론은 “이스라엘이 지나치게 양보한 93년 오슬로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 바 있는 매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인정하는 등 이스라엘의 편을 드는 것도 항구적인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일단 무력충돌을 중지시키려는 입장의 반영이다. 미국으로선 중동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어야 이라크 침공 등 대 테러전쟁을 수월하게 할 수 있다.

미국의 입장은 지니 특사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주 팔레스타인측의 한 고위관리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위한 것으로 협상주제를 돌리자고 했을 때 지니는 “그것은 내 임무 밖의 일”이라며 “일단 휴전협상이 끝나면 미첼보고서에 대해 논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휴전과 독립국가 건설 사이의 강력한 연계협상을 원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측에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발언이었다.

〈박성휴기자 songhue@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