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다시 ‘먹구름’… 총선연기 문제 논란

2008.01.01 17:59

안정되는 듯하던 파키스탄 정국이 총선 연기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파키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8일로 예정된 총선을 연기할 뜻을 내비치자 야권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또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사망 원인을 둘러싸고 정부가 기존 수사 결과에 대해 잘못을 시인하면서 사인을 둘러싼 논란도 격화될 전망이라고 AP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선관위의 한 중진 위원은 이날 AFP 통신에 “선거가 2월 중으로 연기될 것으로 본다. 2월을 넘기지는 않고 하순쯤에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총선 연기가 최소화되기를 원하지만 정상적인 선거 실시를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칸와르 딜라샤드 선관위 사무총장도 “정부에 선거일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소요 사태로 투표용지 및 인쇄물, 선거용 집기 등이 훼손됐다고 밝혔다. 또 시위가 가장 심각했던 신드 주 정부는 4∼6주의 선거 일정 연기를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권은 선거가 미뤄질 경우 전국적인 가두투쟁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모슬렘리그(PML-N)를 이끄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선거 연기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만약 연기된다면 거리로 나가 시위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태의 책임은 무샤라프 대통령에게 있다”며 “즉시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부토 전 총리가 이끌던 최대 야당 파키스탄인민당(PPP)도 총선 연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PPP 공동의장은 “총선은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연기될 경우 야권과 공동전선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는 “부토 전 총리의 암살배후가 알 카에다라는 정부 발표는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야권은 선거가 예정대로 치러져야 부토 전 총리 암살에 따른 동정표와 최근의 반정부 여론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세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한다.

한편 부토 전 총리 암살 당시 비디오, 사진 등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정부 수사 결과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영국 ‘채널4’가 공개한 비디오에는 암살자의 권총이 부토 전 총리를 향해 발사되고, 또 부토 전 총리가 머리카락과 숄을 날리면서 차량 안으로 주저앉는 장면이 담겨 있다. 부토의 직접적 사인은 총탄이 아니라고 밝힌 정부의 수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결국 하미드 나와즈 내무장관은 지난달 31일 “당초 수사발표는 실수로, 의도된 것은 아니다.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에 국제사회가 참여해야 한다는 야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도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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