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50일 만에 총성 멈췄지만… 사상자 1만여명, 도시는 잿더미

2014.08.27 21:40 입력 2014.08.27 21:57 수정

이스라엘·하마스 무기한 휴전 합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날아든 26일 수만명의 가자지구 주민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폐허가 된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승리를 뜻하는 V자를 그려 보이며 기쁨을 나눴다. 하마스 대원을 포함한 몇몇 주민들은 공포탄이나 축포를 터뜨리기도 했다. 가자 주민 마하 칼레드(32)는 “고통스러운 전쟁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아이들과 함께 살아남아 기쁘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지난 7월8일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이 50일 만에 종료됐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중재한 이집트는 “양측이 모두 무력 사용을 중단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날 오후 7시를 기해 무기한 휴전이 공식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b>휴전 소식에 환호</b>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기한 휴전안 타결 소식이 전해진 26일 가자지구의 한 가족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거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휴전을 자축하고 있다.  가자지구 | AP연합뉴스

휴전 소식에 환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기한 휴전안 타결 소식이 전해진 26일 가자지구의 한 가족이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카메라를 향해 승리의 V자를 그려 보이고 있다. 거리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휴전을 자축하고 있다. 가자지구 | AP연합뉴스

▲ 수만명 주민들 환호·안도… 인도적 지원엔 국경 개방
전면 봉쇄 해제 합의는 실패
이스라엘도 경제 타격 심각… 네타냐후 지지율 절반 폭락

이스라엘은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위한 구호물품과 건설자재가 들어갈 수 있도록 가자지구 국경을 일부 개방하기로 했다. 로버트 세리 유엔 중동특사는 “이번 공격으로 파괴된 가자지구를 복구하는 데는 2009년 가자 침공 당시의 3배 이상인 사상 최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재건의 시급함을 설명한 바 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와 면한 라파 국경을 폐쇄한 이집트 정부도 결국 봉쇄를 부분적으로나마 완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휴전 협정에 따라 가자 해안의 어로제한 구역도 기존 6마일에서 12마일로 확대된다. 그동안 가자의 어민들은 이스라엘 해군의 해안 봉쇄 때문에 생업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봉쇄가 완화되고 조업 구역도 늘어날 것이란 소식에 가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실상 승리했다는 자축의 분위기도 감지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하마스 대변인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사실상 우리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가자 50일 만에 총성 멈췄지만… 사상자 1만여명, 도시는 잿더미

하지만 이번 협정은 ‘지상 최대의 감옥’이나 다름없는 가자지구의 숨통을 조금 틔워주는 데 불과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봉쇄를 완전히 풀고 공항과 항구를 건설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이 문제는 한 달 후 열릴 협상 테이블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미뤄놨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의 무장해제 약속이 먼저라며 조금도 양보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현재의 휴전안대로라면 180만명에 달하는 가자 주민들은 여전히 이동 때 극심한 제약을 받아야 하고, 생필품을 자유롭게 들여갈 수도 없다.

이 때문에 뉴욕타임스·AP통신 등은 이번 합의가 2012년 8일간의 가자 공습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맺었던 휴전 합의로 되돌아간 것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도 양측은 공격을 중단하는 대신 봉쇄를 점진적으로 풀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구속력 없는 휴전안은 곧 휴지 조각이 됐고 결국 2년 만에 이번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이번 휴전안은 교전 7일째에 이집트가 내놓았던 중재안과 크게 다른 내용이 없다. 한 발자국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타결만 늦어져, 아까운 목숨이 추가로 희생돼야 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는 비난이 나오기 시작했다. 군사작전을 강행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미 국내에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가자 공격 초기에만 하더라도 80%에 달했던 지지율은 교전이 길어지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물리적으로 타격했지만 이는 고스란히 이스라엘 경제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갔다. 경제의 7%를 차지하는 관광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감소했고, 수출도 18%나 줄었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자 두 달 연속 금리를 낮췄다.

하마스를 무력화한다는 애초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내에서 잃어가던 지지를 회복하고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키우는 결과만 가져왔다. 반면 국제사회에서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이스라엘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됐고, 거센 보이콧 운동이 일어났다.

가자 50일 만에 총성 멈췄지만… 사상자 1만여명, 도시는 잿더미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