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끝 모를 고공행진 투기 목적 사재기 때문”

2008.03.01 02:44
김주현기자 amicus@kyunghyang.

국제유가가 28일 배럴당 102.5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가운데, 이 같은 급등세가 실수요와 무관한 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조짐과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우려로 석유 소비가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근의 유가 폭등은 ‘이상징후’라는 지적이다.

“유가 끝 모를 고공행진 투기 목적 사재기 때문”

독일 주간 슈피겔은 28일 “최근의 유가 급등은 투자 목적의 사재기 때문”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감안하면 유가는 지금보다 20달러 이상 떨어져야 한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으로 유가는 수요와 공급이 결정한다는 게 중개인들의 첫번째 법칙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이달 초 미국 경기침체로 원유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7일 미국의 원유 재고가 이전 주보다 3억900만배럴 늘어나 7주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휘발유 재고는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전통적 이론에 따르면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서야 하지만 되레 전문가들은 연내 120~1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슈피겔에 따르면 세계 원유 소비량은 하루 6600만배럴. 그러나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하루 거래량은 실제 수요량의 15배를 웃돈다. 또 전체 원유 계약의 45%를 투자용 계약이 차지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에너지 무역 회사인 메르쿠리아의 최고경영자(CEO) 다니엘 야기는 “거대 연금 펀드들이 투자를 다양화하며 자산을 석유에 투자했다”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이 같은 기류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대표적 사례는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석유를 포함한 새로운 상품지수를 개발하고, 투자가를 끌어들이며, 에너지 회사들처럼 자체 원유 적립금도 만들었다.

모건스탠리, 도이치방크 등 금융 거물과 투자사들도 원유에 투자했다. 그 결과 투자 목적의 거래 규모는 지난 5년간 거의 3배로 늘었다. 반면 원유의 수요 자체는 매년 1.9%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오펜하이머의 수석 상품 애널리스트인 파델 가이트는 “지금 투자가들이 사재기에 나서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는 2000년 전후의 인터넷 거품을 연상시킨다. 이런 거품은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슈피겔은 “투자가들이 위험을 피하고 이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원유에 투자한다”면서 “원유는 잘 구성된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미국 부동산시장 붕괴 등의 위험에서 (투자가들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유가 진정을 위해 증산 압력을 받고 있는 OPEC도 이 문제로 고심 중이다. OPEC는 일단 오는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증산 문제를 거론치 않기로 했다. 유가가 오르고 있지만 실제 소비는 줄어들고 있어 생산량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OPEC가 생산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유가를 조절해왔는데, 최근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전했다.

한편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대다수 사람에게는 고통을 주지만 석유 메이저들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기업 엑손모빌은 유가가 급등한 지난해 406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전 세계 어떤 회사도 1년간 이처럼 엄청난 이익을 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슈피겔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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