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에 재산 숨긴 수천명 신원 첫 유출… 한국은 870조원 추정

2013.04.04 22:41 입력 2013.04.04 23:05 수정

버진 아일랜드 내부자료 공개

세금 회피를 위해 조세피난처에 막대한 금융자산을 숨겨둔 전 세계 부자 수천명의 신원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4일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유출된 e메일 200여만건과 다른 문서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도했다.

영국의 조세피난처 반대운동 단체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 부자들과 기업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은닉한 금융자산이 32조달러(약 3경5753조원)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어 전체 명단이 공개되면 각국에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와 가디언 등은 재산 은닉자 명단 등 조사 결과를 이번주 공식 발표한다.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해온 유명 인사들. 왼쪽부터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부인 올가 슈발로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독재자의 장녀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 날리니 타비신 태국 국제무역대표부 대표, , 짐바브웨 사업가 빌리 로텐바크, 에이브러햄 링컨에 관한 책 <링컨의 얼굴> 저자이자 은행 재벌인 멜런 가문의 제임스 멜런, 스페인 최고 미술품 수집가인 카르멘 티센 보르네미사 남작부인

조세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해온 유명 인사들. 왼쪽부터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부인 올가 슈발로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독재자의 장녀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몽골 국회 부의장, 날리니 타비신 태국 국제무역대표부 대표, , 짐바브웨 사업가 빌리 로텐바크, 에이브러햄 링컨에 관한 책 <링컨의 얼굴> 저자이자 은행 재벌인 멜런 가문의 제임스 멜런, 스페인 최고 미술품 수집가인 카르멘 티센 보르네미사 남작부인

▲ 대통령, 정·재계 거물 망라… 마르코스 딸은 대 이어 부정
중국·러시아가 1·2위 오명…‘검은 돈’ 부자들 떨고 있어

기사로 보도한 일부 명단만 해도 대통령부터 고위 각료, 재벌가 등의 이름이 올라와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절친’으로 대선 캠페인에 자금을 댄 장 자크 오기에르는 자료 유출로 역외기업과 관련된 중국인 동업자의 이름을 확인해줄 수밖에 없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도 막대한 금융자산을 조세피난처에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알리예프의 두 딸 명의의 회사가 버진아일랜드에서 운영되고 있다.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장녀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도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의 가장 부유한 예술품 수집가로 철강회사 티센의 소유주 아내인 카르멘 티센 보르네미사는 역외 유령회사를 통해 그림을 사들였다.

명단에 오른 이들은 모두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빼돌려 세금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거나 실수였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의 아내도 포함됐지만 슈발로프 부총리는 아내의 재산 은닉 혐의를 부인했다. 몽골 바야르척트 상가자브 국회부의장은 2008~2012년 재무장관 재임 시 스위스 은행에 계좌를 튼 뒤 ‘레전드 플러스 캐피털’이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신고하지 않은 것은 “실수”이며 “(국회부의장직) 사임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조세피난처는 법인세와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아주 낮게 과세하고 외환관리법·회사법 등의 규제가 약한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에 집중돼 있으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가장 성공적인 조세피난처로 평가받는다. 케이먼군도, 바하마, 버뮤다 등도 1980년대 이후 금융자산 소유자의 신원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고 100만개 이상의 역외 회사를 유치했다.

‘조세피난처’에 재산 숨긴 수천명 신원 첫 유출… 한국은 870조원 추정

개인이 역외계좌에 예치한 금액은 약 21조달러로, 스위스 은행 등 금융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프라이빗뱅크를 통해 조세피난처로 유입돼 역외 투자회사에서 운용된다. 이렇게 얻은 수익에는 세금이 거의 붙지 않아 탈세와 돈세탁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세정의네트워크의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은 총 7790억달러(약 870조원)에 이른다. 1조1890억달러의 중국과 7980억달러의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는 역외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배달된 것을 계기로 조사를 시작했다. 하드디스크에는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12만2000여개 역외 투자회사들의 10년 이상 금융거래 정보가 기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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