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공개 석상서 첫 앞날 얘기 “2~3년이 지나면 아버지 집으로 떠나지 않겠나”

2014.08.19 21:57 입력 2014.08.19 21:58 수정
구정은 기자

“오만해지지 않으려고 애써… 중국·이라크 갈 수 있다”

“내 죄와 내 실수를 생각하려 애쓴다. 2~3년이 지나면 나도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지 않겠느냐.”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동승한 기자들에게서 교황의 ‘글로벌한 인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교황은 “하느님의 사람들이 그만큼 관대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 죄와 내 실수들을 생각하면서, 오만해지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교황은 슈퍼스타급 인기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요즘에는 “좀 더 자연스럽게” 처신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하면서 “하지만 최근에는 (그 인기가) 처음으로 조금 두려워졌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인기는) 짧은 시간만 지속될 뿐임을 알기 때문”이라며 “2~3년이 지나면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떠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교황은 올 12월이면 만 78세가 된다. 고령인 교황이 평소 측근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해왔지만, 공개 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전임 베네딕토 16세가 건강 문제로 물러난 것을 들며 자신도 건강이 받쳐주지 않을 경우 전임자를 따를 의사가 있다고 말해왔다. 비행기에서 교황의 ‘너무 바쁜 스케줄’을 걱정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내 노이로제 중 하나는 집에 붙어있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라며 “집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기도를 더 많이 하는 것이 내게는 휴식이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구촌의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라크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민간인 학살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며 “그들을 중단시키는 것은 어느 한 나라(미국)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IS를 ‘중단시킨다’는 것의 의미가 “폭격을 하거나 전쟁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국제사회, 특히 유엔 중심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교황은 “폭력을 끝내기 위해 필요하다면 이라크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내일이라도 당장 중국에 갈 생각이 있다”며 다시 한번 중국에 손을 내밀었다. 또 내년 9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세계가정대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교황은 중동의 이슬람국가인 요르단과 일본으로부터도 초청을 받았으나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18일 오후(현지시간) 로마에 도착한 교황은 치암피노 공항에서 바티칸으로 가는 길에 산타마리아 마지오레 대성당에 들러 성모상 앞에 꽃다발을 올렸다. 이 꽃다발은 교황이 서울의 명동성당으로 미사를 집전하러 가는 길에 7세 소녀에게서 받은 것이다. 교황은 이 소녀에게 “로마로 가져가 성모님께 드리겠다”고 약속했고,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이 바로 이 소녀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었다고 교황청 신문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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