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를 광장에 호출하는 사회… 민주주의 위기 방증

2014.08.19 21:55 입력 2014.08.21 22:44 수정

MB때 일방적 국정운영, 노동·사회운동 쇠퇴 영향

민주화 이후 뜸했던 종교인의 사회 참여 다시 활발

19일 오전 천주교 사제 23명은 밀양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함께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를 방문했다. 사제와 주민들은 지난 6월 경찰이 주민들의 농성장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위법하게 폭력을 행사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 도철 스님 등 종교인들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47)와 함께 단식했다. 지난 14일 광화문광장에서는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이주·노동인권위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외면하는 정부의 현 정책이 종교적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올해로 10년째가 된 고용허가제 폐지를 촉구했다.

신부·수녀들이 지난 6월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시 공사현장에서 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부·수녀들이 지난 6월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경남 밀양시 공사현장에서 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정현 신부(왼쪽)가 2011년 11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아침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문정현 신부(왼쪽)가 2011년 11월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주민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제주 강정마을에서 아침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군부독재 시절 많았다가 민주화 이후 뜸했던 종교인의 사회 참여가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요즘 사회 갈등의 현장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종교인들을 볼 수 있다. 종교인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집행에 적극 반대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였다.

조계종은 당시 종단 차원에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를 공식 결의했다. 생명을 중시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천주교 주교회의도 4대강 사업 반대 방침을 결정했다.

종교 시설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 수배된 사람들의 피난처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대규모 철도파업으로 수배자가 된 박태만 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 등 노조원 4명은 조계사에 피신했다. 조계종은 2012년 노동위원회를 설립해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를 해결하라며 대한문 희생자 분향소에서 100일 동안 매일 1000배씩 하는 10만배 기도를 진행했다.

종교계가 사회 참여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은 정부의 일방주의가 강화되면서 종교계가 대안으로 떠오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4대강 반대운동을 하고 있는 이원영 전 수원대 교수는 “각계의 반응에도 무시하고 추진하던 대운하 사업이 불교계의 조직적 반대에 제동이 걸린 측면은 있다”고 밝혔다. 인권기구의 역할이 무력해진 이유도 있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에서 긴급구제 요청은 기각됐고 인권위 조사관들은 주민들의 옹호자가 아니라 ‘중재자’처럼 행세했다”고 밝혔다.

노동·사회운동의 쇠퇴도 요인으로 꼽힌다.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과거 사회운동을 이끌던 종교계, 지식인, 시민사회단체 가운데 지식인과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운동이 쇠퇴하면서 상대적으로 종교계의 활동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 교수는 “시민사회단체가 활동가들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고 지식인·명망가 중심으로 운영되고, 대학 구조조정을 거치며 지식인들이 순응적으로 변하면서 활동 역량을 잃었다”며 “현재 불가피하게 전개되는 종교계 중심의 사회운동도 명망가 중심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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