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서 가장 높은 산 ‘매킨리’ 원주민 명칭 ‘데날리’ 되찾아

2015.08.31 22:38 입력 2015.08.31 22:41 수정
구정은 기자

오바마 북극방문 맞춰 선물

높이 6168m, 북미에서 가장 높은 이 산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쪽에 있다. 북쪽으로는 유콘강이 흘러 서쪽의 베링해로 나간다. 수천년 동안 이 산악지대는 코유콘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러나 원주민들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온 산의 이름을 빼앗겼다가 100여년 만에야 되찾았다. ‘매킨리’로 알려졌던 이 산이 마침내 원주민들이 오랜 세월 불러온 ‘데날리’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쪽에 있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 ‘데날리’ 전경.<br />AP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쪽에 있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 산 ‘데날리’ 전경.
AP연합뉴스

샐리 주얼 내무부 장관은 지난 30일 매킨리를 데날리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날리는 코유콘 말로 ‘높은 곳’ ‘위대한 것’을 뜻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원주민들의 오랜 숙원을 받아들여 산 이름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북극권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사흘간 알래스카를 찾을 예정인 오바마 대통령은 31일 이 사실을 직접 공표하고 원주민들에게 축하를 보낼 예정이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가 알래스카 방문에 맞춰 선물을 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데날리의 부활에는 오바마가 주는 방문 선물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북미 최고봉의 이름 논란은 문화와 자원을 빼앗겨온 ‘원주민 잔혹사’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산의 이름이 바뀐 것은 1896년 한 금광 채굴업자가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 윌리엄 매킨리의 이름을 붙인 뒤부터다.

‘이름’을 넘어 자원마저 백인들에게 빼앗긴 원주민들의 아픈 역사가 스며있는 셈이다.

1917년 미 정부는 산 일대를 ‘매킨리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이름을 공식화했다. 뉴욕타임스는 “데날리가 이름을 잃은 건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서 역사의 뿌리를 뽑아낸 문화 제국주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1975년부터 산 이름 찾기 운동이 시작됐다. 5년 뒤 산 이름은 계속 매킨리로 하되 국립공원 이름을 데날리로 바꾸는 절충안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원주민들과 알래스카주 측은 정체성의 상징을 되찾아야 한다며 계속 캠페인을 벌여왔다. 반면 매킨리 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주는 반대 로비를 벌였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연방정부의 관계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고, 7년 만에 공약을 지킨 셈이 됐다.

오바마 정부는 또 자원 개발에 원주민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여러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치누크 원주민들의 연어 어업관리권을 보장해주고, 원주민 청년들을 위해 연방 어업·야생동물관리국 산하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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