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지재권 조항 의약품 독점 강화 표현의 자유 제한

2015.10.11 22:10 입력 2015.10.11 22:18 수정

위키리크스, 문서 공개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는 9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30개 장(章) 중 하나인 지적재산권 장을 입수해 공개했다. 지재권은 이번 TPP 협상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분야다. 60쪽 분량의 지재권 장은 인터넷, 의약품, 출판물, 시민 자유, 생물학적 특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거대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시민들의 건강권과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특히 살아있는 동물 장기에서 추출해 만든 생물학적 치료제(biologics)의 개발 정보를 제약회사가 독점할 권리를 5~8년까지 보장하는 조항이 들어 있음이 확인됐다. 현재 미국 법에는 이 권리를 12년까지 보장하기 때문에 제약회사들의 권리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조항이 전혀 없는 나라가 이번 TPP 협상국들 중 5개나 된다는 점에서 기업의 독점권을 12개국에 표준화했다는 것은 미국 제약회사들의 승리로 볼 수 있다. 개도국의 경우 암 치료 등에 필요한 값싼 의약품 개발이 더뎌지고 의약품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소비자운동단체들은 평가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퍼블릭시티즌의 의약품접근권 전문가인 피터 메이바덕은 “거대 제약회사가 갖게 되는 새로운 독점권으로 인해 의약품 접근은 더 제한될 것”이라며 “TPP 때문에 사람들이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의 자료 공유나 표현의 자유가 크게 제약되는 내용도 포함됐다. 영국 가디언은 정보를 가로채는 것이 어떤 나라의 국가경제적 이익이나 국제관계, 국가안보 등을 해친다고 여겨질 경우 각국 정부가 재판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한 것이 그 예라고 전했다.

또 각국 정부가 지재권법을 위반한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강제할 권한을 갖도록 한 조항도 들어 있다. 인터넷 권리를 위해 활동해온 비영리단체 ‘미래를 위한 싸움’의 에번 그리어는 “이 협정이 전 세계의 표현의 자유와 의약품, 정보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에 중대한 위협임을 확인해준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 문서가 최종본인지 확인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는 이 문서를 입수한 경로를 밝히지 않은 채 협정이 타결된 날짜와 일치하는 ‘10월5일’ 표시가 찍혀 있어 최종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미국, 일본 등 12개국은 지난 5일 TPP 협상을 타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협정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는 협정문을 기술적으로 다듬고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데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나다는 오는 19일 총선을 앞두고 협정문이 완전 공개될 경우 집권 보수당의 재집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해 협정문의 신속한 공개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0일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몇 주 또는 몇 달 안에 온라인에서 협정문의 모든 문구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여러분들의 두 눈으로 이번 협정이 과거 협정들보다 어째서 미국의 노동하는 가정들을 위해 더 나은지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전반적인 기조는 특허권자, 상표권자, 저작권자 등 권리 소유자들의 권한을 이용자들보다 앞세우고 강화시킨 것”이라며 “뒷부분에 ‘이용자 친화’ 이야기를 하지만, 철저하게 권리 소유자 위주로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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