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미 NSA, 반기문·메르켈 대화 등 무차별 도청” 추가 폭로

2016.02.23 22:08 입력 2016.02.23 22:18 수정

“석유회사 보호 위해 기후변화 대응 내용 등 빼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 지도자들을 전방위 도·감청한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사진 왼쪽)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등의 공식·비공식 대화 내용을 도·감청했다고 23일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다.

위키리크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NSA가 미국의 이해관계를 위해 세계 정상들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글을 올리고 관련 문서들을 공개했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NSA는 2008년 12월10일 반 총장과 메르켈 총리와 나눈 대화를 도청했다. 반 총장은 당시 메르켈과 만나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며 EU의 활동에 깊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 “미 NSA, 반기문·메르켈 대화 등 무차별 도청” 추가 폭로

대화가 이뤄진 것은 EU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이었다. 반 총장은 메르켈과의 대화에서 EU 정상회의가 이듬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릴 기후변화협약 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말했다. 또 새로운 미국 행정부(버락 오바마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니, 코펜하겐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도청 기록에 남았다.

영국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는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는 “석유회사들을 보호하는 데 혈안이 된 나라(미국)가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구하기 위한 반 총장의 회동을 도청했다”며 “세계 정상들부터 거리의 미화원들까지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2013년 NSA 계약업체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의 개인정보수집을 폭로했을 때에도 반 총장 도청 사실이 드러난 적 있다. 그해 말 반 총장은 직접 연출한 동영상을 통해 미국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번 폭로 내용에는 다른 정상들에 대한 도청 내역들도 들어 있다. NSA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010년 3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당시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미국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한 대화를 엿들었다. 이 무렵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땅인 동예루살렘에 대규모 유대인 정착촌을 만들려다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른바 ‘붕가붕가 파티(섹스파티)’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베를루스코니와 측근들의 대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의 대화도 NSA의 감시를 피하지 못했다.

EU와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협상에서 미국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2006년 대책을 논의한 내용도 NSA로 흘러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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