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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생로랑' 공동창업자 베르제, "여성 억압 ‘무슬림 패션’ 만들지 말라"

2016.04.01 09:49 입력 2016.04.01 11:25 수정
장은교 기자

프랑스의 유명 패션사업가 피에르 베르제(85)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무슬림 패션’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을 공개 비판했습니다. 베르제는 이날 프랑스 라디오 방송 ‘유럽1’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입는 아바야와 머리에 두르는 스카프를 만드는 것은 여성을 노예화하는데 동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슬람 국가에선 여성들의 복장을 규제합니다. 나라마다 규정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얼굴 일부를 제외하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베르제는 무슬림 여성들의 복장이 여성을 집안에 가둬두는 존재로 여기고 억압하는 가장 상징적인 남녀차별행위라고 본 것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거대 패션 회사들은 ‘무슬림 패션’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경쟁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돌체 앤 가바나(Dolce&Gabbana)’는 지난 1월 히잡과 아바야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여성들이 머리에 두르는 히잡과 몸에 걸치는 아바야를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만들었습니다. 돌체 앤 가바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된 의상을 볼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브생로랑' 공동창업자 베르제, "여성 억압 ‘무슬림 패션’ 만들지 말라"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브생로랑' 공동창업자 베르제, "여성 억압 ‘무슬림 패션’ 만들지 말라"

스웨덴의 유명한 패션 브랜드 H&M과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도 무슬림 패션을 런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도 온몸을 감싸는 무슬림 여성용 수영복을 만들겠다고 했죠. 미국의 DKNY와 토미 힐피거,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유명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렌타도 무슬림 패션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유명 패션브랜드들이 이렇게 무슬림 패션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물론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돌체 앤 가바나는 이슬람 패션 시장의 규모를 약 2600억 달러(약 297조5000억원)로 보고 있습니다. 2015년 이슬람 국가들의 명품 판매량은 87억 달러(약9조9398억원)로 기록됐습니다.

피에르 베르제 |www.fondation-pb-ysl.net

피에르 베르제 |www.fondation-pb-ysl.net

베르제는 패션 기업들이 이슬람 여성들이 받는 고통과 억압은 생각하지 않고, 돈벌이 상품으로만 여긴다고 비판한 겁니다. 베르제는 패션업계의 이런 추세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표현했습니다. 베르제는 “여성을 노예화하는데 동참한 디자이너들은 생각을 좀 하라”며 “돈을 버리고 원칙을 가져라”라고 충고했습니다.

베르제의 고민도 의미가 있지만, 무슬림 여성들의 패션을 특유의 문화로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슬림 여성들이 반드시 강제적으로 아바야를 입고 히잡을 두르는 것은 아니며 그들이 믿는 종교 안에서 그들만의 패션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렸지만, 디자이너들의 창의적인 노력으로 무거워 보일 수 있는 복장을 자유롭고 아름답게 빛나게 할 수 있기도 합니다.

베르제는 동성 연인이자 사업파트너였던 이브생로랑(Yves Saint Laurent·1936~2008)과 함께 패션브랜드 YSL을 함께 만들고 글로벌 패션 브랜드로 키워낸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입니다. 이브생로랑은 바지 형태의 여성 정장과 여성용 턱시도를 처음 선보이며 여성 패션의 폭을 크게 넓힌 브랜드로 평가받습니다.

베르제가 던진 질문,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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