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베리아 도우려다 망신당한 팝가수 에드 시런

2017.12.13 15:59

영국의 유명 팝가수 에드 시런(26)이 라이베리아의 집 없는 아이들을 돕겠다며 후원 독려 영상을 제작했다가 망신을 당했다. 빈곤에 대한 근원적 성찰 없이 피구호자의 처참한 모습을 전시하는, 이른바 ‘가난 포르노’를 제작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즈는 12일(현지시간) 에드 시런의 영상을 둘러싼 논란을 소개하며 그가 “2017년 ‘가장 불쾌한 구호 캠페인’을 연 스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7일 ‘노르웨이 학생·학자 국제지원펀드(SAIH)’라는 단체로부터 “녹슨 라디에이터 상(Rusty Radiator Award)”을 받았다.

‘녹슨 라디에이터 상’은 피구호자를 수동적이고 불쌍한 존재로만 묘사한 자선 영상을 만든 유명 인사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영국 배우 톰 하디와 에디 레드메인도 올해의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팝가수 에드시런이 후원 독려 영상을 찍기 위해 라이베리아를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당 영상 갈무리.

팝가수 에드시런이 후원 독려 영상을 찍기 위해 라이베리아를 찾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해당 영상 갈무리.

문제가 된 영상은 ‘에드 시런이 거리에 사는 소년을 만나다’는 제목의 4분 50초짜리 영상으로, 지난 3월 공개됐다. 라이베리아를 방문한 그는 바닷가에 버려진 배 위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안타깝다는 듯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습도 담겼다. 영상 말미 그는 “아이들을 차에 태워서 도시 어디론가 데려간 후 그들이 안정될때까지 호텔에 머물게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고 했다. 서아프리카에 위치한 라이베리아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2014년 에볼라 발병 이후 약 5000명이 사망했다.

상을 수여한 단체는 영상의 초점이 라이베리아 아이들이 아닌 에드 시런 자신에게 맞춰 있다고 비판한다. 라이베리아의 정치적 상황이나 빈곤의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생략된 반면, 본인의 감상을 설명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길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임시거처를 제공하거나 호텔에 머물게 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러스티 라디에이터상 심사위원은 “아이의 집세를 평생 지불해주기라도 할 건가” 반문하며 “홀로 짐을 짊어지는 듯한 모습은 줄이고, 더 넓은 세계의 동참을 촉구하는 내용을 늘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에드 시런이 전형적인 ‘백인 구세주’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 시런과 같은 유명인사가 구호 영상을 제작함으로써 더 많은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제 자선단체 재해긴급위원회(DEC)의 니콜라 페켓은 5일 톰슨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만드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구호 영상이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후원금을 모아 빈곤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는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에드 시런 등과 함께 구호 영상을 제작한 자선단체 코믹 릴리프는 3월 기준 1억 8000만달러(약 1964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타리로 므제제와는 “에드 시런의 영상을 보고 몬로비아의 슬럼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실상을 다시금 떠올리거나, 혹은 새롭게 배운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서 내전이나 기아에 관한 영상을 찾아보는 사람은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에드 시런같은 가수를 보려는 팬들은 많이 알고 있다. 난민 문제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시런 때문에 마음이 동해 후원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인 에드 시런은 미국 빌보드 연말 결산 ‘2017 톱 아티스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지난 1월 ‘Shape Of You’와 ‘Castle on the Hill’를 동시에 발표하며 세계 각국 음원차트의 1, 2위를 석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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