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슬럼가에서 아침을?’ 인도 슬럼호텔과 가난 투어리즘 논쟁

2018.01.30 18:36 입력 2018.01.30 18:49 수정

인도 뭄바이 최대 슬럼가인 다라비마을에 사는 가족이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 뭄바이 최대 슬럼가인 다라비마을에 사는 가족이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에 ‘슬럼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최근 뭄바이의 한 빈민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주민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관광 상품이 출시됐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광객들은 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을 배정받고, 주인 가족 13명과 함께 공간을 공유한다. 화장실은 50가구가 함께 쓰는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다. 숙박 비용은 하룻밤에 2000루피(약 3만4000원) 선이다.

출처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출처 슬럼 홈스테이 뭄바이 페이스북 갈무리.

슬럼 호텔 아이디어는 네덜란드 출신의 비영리단체(NGO) 활동가 데이비드 비들(32)이 냈다. 빈곤 퇴치 활동을 하며 알게 된 현지인 라비 산시가 방을 제공했다. 2015년 우연히 만난 싱가포르 여행객을 집으로 초대해 추억을 쌓았던 것이 계기가 됐다. 산시는 손님들을 위해 평면 스크린 TV와 에어컨도 새로 설치했다. 슬럼가의 생활 수준을 벗어나는 사치품들이다.

뭄바이 빈민가를 대상으로 한 관광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라비 마을을 비롯해, 주요 슬럼 지역을 둘러볼 수 있는 가이드 투어는 이미 보편화 되어있다. 비들은 이런 슬럼 투어들이 ‘피상적’이라고 비판한다. 페이스북에 올릴 사진만 몇 장 찍고 떠나는 것만으로는 뭄바이 인구 60%(약 2000만명)가 살고 있는 슬럼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 슬럼에서 일을 해본 결과, 외부인이 슬럼가 거주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질 때 양측 모두에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슬럼 투어는 1880년대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의 상류층들이 슬럼가를 돌아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한 데서 유래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도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인 1980년대 백인들이 흑인 거주지역을 돌며 ‘흑인의 삶’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투어가 만들어졌다. 인종분리정책을 관찰하고 싶었던 외국인 관광객들도 합세했다. 슬럼 투어가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상업화된 것이다.

1885년 뉴욕의 부유층들이 파이브포인츠 슬럼을 구경하는 모습. 출처The Library of Congress.

1885년 뉴욕의 부유층들이 파이브포인츠 슬럼을 구경하는 모습. 출처The Library of Congress.

슬럼 투어는 오래된 논쟁 대상이다. 찬성 측에서는 슬럼 투어가 빈곤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다라비 마을의 슬럼 투어 여행사 ‘리얼리티 투어’ 매니저 아심 사이크는 “슬럼가가 더럽고 범죄가 만연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보통의 사람들이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영국 가디언에 말했다. 슬럼 투어가 빈곤 가정에 경제적인 도움을 준다는 의견도 나온다. 9년 전 다라비 마을에 처음 슬럼투어를 들여온 리얼리티 투어는 수익의 80%를 마을 발전을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을 상품화한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케냐 나이로비의 빈민가 키베라에서 자란 케네디 오데데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관광객들은 이틀 동안 굶주린 나를 향해 셔터를 눌렀다”며 “그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우리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빈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이 슬럼투어는 아니다”고 말했다. 호싱야 지역연합 UPMMR의 대표 레오 호드리게스는 윤리적 관광을 위한 시민단체 투어리즘 컨선에 “여행객들은 호싱야가 아니라 호싱야를 착취하는 여행사 사장들을 돕고 있다”며 투어로 거둔 이익이 슬럼가 주민에게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5년 인천 동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생활체험관(흰색 선)으로 조성하려 했던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동구청은 관련 조례 제정을 앞두고 주민들이 “가난을 상품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찻길 옆 작은학교’ 임종연 교사 제공)

2015년 인천 동구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생활체험관(흰색 선)으로 조성하려 했던 만석동 괭이부리마을. 동구청은 관련 조례 제정을 앞두고 주민들이 “가난을 상품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기찻길 옆 작은학교’ 임종연 교사 제공)

논쟁에도 불구하고 슬럼 투어는 여전히 성업중이다. 투어리즘 컨선에 따르면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타운십에는 연간 30만명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호싱야에는 연간 4만명이 슬럼 투어를 이용한다. 키베라 슬럼, 다라비 마을도 ‘인기 있는’ 슬럼투어 장소 중 하나다.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 당시에는 호싱야 지역에 50만명의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슬럼투어가‘올림픽 특수’를 맞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5년 인천 동구청이 괭이부리마을에 쪽방촌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오면 쪽방촌에서 1만원에 1박을 하며 ‘가난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괭이부리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든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동구청은 결국 한 달 만에 계획을 철회됐다.

▶관련기사 : [기자 칼럼]슬럼투어와 괭이부리마을

▶관련기사 : [기타뉴스]부유한 도시의 그늘···슬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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