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투표율 미달로 무산

2018.10.01 21:56 입력 2018.10.01 21:58 수정

투표자 91.5%가 찬성했지만, 투표율은 36.9%에 그쳐 부결

나토 세력 확장 견제하려는 서방·러시아 각축 속 혼란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투표율 미달로 무산

91.5 대 36.9. 30일(현지시간) 치러진 마케도니아 국명 변경 국민투표가 투표율 미달로 부결됐다. 투표 참가자 91.5%가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데 찬성했지만, 유권자 180만명 중 36.9%만 투표에 참가했다. 찬반 양편 모두 투표 결과를 두고 자신들의 승리라고 주장했다. 슬라브계와 알바니아계의 민족 갈등, 서방과 러시아 사이 대립이 계속되는 가운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마케도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국명 변경을 위한 찬반 국민투표가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조란 자에프 마케도니아 총리는 지난 6월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를 만나 국명을 ‘북마케도니아’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그리스는 그 대가로 마케도니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기로 했다. 두 나라는 1991년 마케도니아 독립 이후 국명을 두고 대립해왔다.

나토 가입 문제가 결부되면서 마케도니아 국민투표는 국제정치적 이슈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나토 세력의 확장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투표 보이콧을 주장하는 웹사이트 수백개가 새로 등장했다. 페이스북에서 투표용지를 불태우라고 촉구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케도니아와 서방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중순 마케도니아를 방문해 러시아의 개입을 비난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도 잇달아 마케도니아를 찾았다.

마케도니아 인구의 65%인 슬라브계 마케도니아인들은 국민투표를 앞두고 분열됐다. 찬성파들은 경제 발전, 국가 안보를 위해 서방과 밀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케도니아 교역의 80%가 EU와의 교역이다. 독일 기업들은 마케도니아 자동차 제조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영국과 그리스 기업은 마케도니아 정유·제철 산업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민족주의 세력은 국명 변경으로 알렉산드로스대왕의 역사와 민족 정체성을 송두리째 잃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알바니아계 소수민족을 겨냥해 “그들이 우리 이름을 바꾸도록 놔둘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케도니아 민족감정과 무관한 알바니아계 절대다수는 실용적 관점에서 국명 변경을 지지했다.

자에프 총리는 국민투표 후 “대안은 없다”며 “마케도니아는 나토와 EU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민투표 부결과 관계없이 개헌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자에프 총리는 야당이 개헌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조기 총선까지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개헌 찬성파들은 국민투표 찬성률이 40%만 넘어도 가결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실한 행정체계 탓에 총 유권자 수가 실제 인구보다도 수십만명이나 많게 산정된 탓이다. 하지만 투표율은 그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개헌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개헌을 위해서는 의회 120석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찬성파는 71석을 확보하고 있다. 9석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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