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주거 재편’에…세계의 주택 정책도 변신 중

2020.12.02 20:55 입력 2020.12.02 20:58 수정

리스본 등 ‘관광’ 무너지자

‘숙박’ 대신 ‘집’ 공공성 강화

지난달 17일 포르투갈 리스본 알파마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난관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리스본시는 알파마 지구 등 도심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단기 임대를 하는 주택들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본 | AP연합뉴스

지난달 17일 포르투갈 리스본 알파마 지구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난관에 한 남성이 서 있다. 리스본시는 알파마 지구 등 도심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단기 임대를 하는 주택들을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본 | AP연합뉴스

코로나19로 국경이 닫히자 매해 400만명이 찾던 포르투갈 리스본 도심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도시의 위기였지만 페르난두 메디나 리스본 시장은 “주택의 쓰임을 제자리로 돌리는 방법을 찾아내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리스본시는 숙박용 주택 2만채를 공공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리스본의 시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가 주택 정책을 재정비할 계기를 갖게 됐음을 보여준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스본시는 지난 5월 관광객들을 상대로 단기 임대업을 하는 집주인들에게 최소 5년간 월 1000유로(약 133만원)로 임차한 다음, 임대료 3분의 1가량의 보조금을 지원한 상태에서 공공에 재임대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시는 예산 400만유로(약 53억원)를 투입, 올해 1000가구의 신청을 받기로 했다. 지난 5월 공지 이후 177가구가 신청했다. 당장은 반응이 미지근하지만 시는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신청자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 관광도시들은 관광객이 몰려와 주택 임대료가 치솟으면서 정작 주민들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리스본의 알파마 지구는 부동산의 3분의 1가량이 관광객 투숙을 위한 임대에 쓰였다. 메디나 시장은 가디언에 “관광객과 주민들 간 균형이 필요하다. 공평한 도시를 위해 주택 시장의 작동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리스본 이외에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코로나19가 닥친 이후 주택 정책에 공공성을 강화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선 4월 숙박시설 소유주들과 시의회가 관광호텔 일부를 대학생들에게 임대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 7월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194채의 주택을 2년 이상 빈 채로 둔 은행·투자펀드에 곧바로 임대를 재개하지 않으면 시장가의 절반으로 집을 몰수해 공공주택으로 전환하겠다고 경고했다.

집이 사업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당국이 취약계층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반성이 정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5월 발라크리쉬난 라자고팔 신임 유엔 주거권특별보고관은 당시 로이터통신과의 취임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중 적절하고 안전한 주택은 너무 부족하다. 세계는 코로나19 위기를 주택 정책을 재구상할 기회로 봐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는 수많은 사람들을 일터에서 쫓아냈고 이는 곧 임대료 미납 등 주거 불안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취약계층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였다. 적정한 주거권을 보장하는 문제는 공중보건 위기와 연결돼 있다는 말이다. 이에 영국 잉글랜드는 내년 5월까지 노숙인 등 주거 취약계층에 3300채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시는 노숙인들을 위해 500개 소형 주택을 짓겠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 등에선 실직자들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주거 퇴거 위기에 몰려 있다. 미 비영리 연구기관 아스펜 연구소의 8월 전망에 따르면 미국에선 최대 4000만명이 주거 퇴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전임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레일라니 파르하는 가디언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는 새 바이러스 앞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보호막은 집뿐이었다”며 “그러나 주거 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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