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배아 14일 이상 배양 허용”…생명윤리 논쟁 재점화

2021.05.27 21:36 입력 2021.05.27 21:42 수정

줄기세포학회, 새 지침 발표

“선천적 기형 연구 중요 시기”

“기간 제한 없어 위험” 반론도

인간의 수정란은 어느 단계로 발달할 때까지 연구에 사용해도 될까. 연구자들은 수정 14일 이전을 기준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가 인간 배아를 14일 이상 배양하는 것을 허용하는 새 지침을 내놓으면서 인간 배아 연구와 생명윤리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모인 ISSCR은 26일(현지시간)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한 지침을 개정해 연구실에서 14일 이상 배아를 배양하는 것을 허용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새 지침은 배아를 얼마나 배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규제당국이 과학적·윤리적 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와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 배아는 수정 후 약 14일이 되면 척추의 기원이 되는 원시선이 생긴다. 이 때문에 ISSCR은 그간 수정 후 14일이 지나거나 원시선이 나타나면 배아를 폐기하도록 규정해 왔다. 신경계의 기원이 형성되는 시점부터는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생명으로 간주한 것이다.

1979년 14일 규정이 처음 제안된 이래 한국은 물론 영국과 캐나다 등 최소 12개국이 이를 자국법에 적용했다. 한국의 생명윤리법은 원시선이 나타나기 전까지만 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고 있다.

이 규정이 문제가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7일 이상 배아를 배양하는 것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 미국과 영국의 연구진이 배아를 13일까지 배양했다가, 14일 규정에 가로막혀 연구를 중지하면서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지침 개정을 이끈 ISSCR의 줄기세포 연구자 로빈 로벨 배지는 “원래의 기준은 임의적이었고, 배아 발달에 있어 중요한 수정 후 14~28일 기간에 대한 연구를 막았다”며 “태아의 선천적 기형의 상당수가 이 시기에 발생한다고 본다. 이 시기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고통을 줄일 수 있는 방법들을 택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비영리기관 제네틱&소사이어티 센터의 대표인 마시 다르노브스키 박사는 AP통신에 새 지침이 과학적 정당성이 부족할 뿐 아니라 잠재적으로 배아를 얼마나 배양할 수 있는지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침 개정에 관여한 캐시 니아칸 케임브리지대학 교수도 배양 기간의 확대가 “무책임할 수 있다”며 “규제당국과 연구자, 대중이 참여하는 공론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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