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테러' IS-K, 탈레반도 미국도 적?…전운 가시지 않는 아프간

2021.08.27 15:58 입력 2021.08.27 16:41 수정

26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K에 의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카불공항 인근에서 의료진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26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IS-K에 의한 폭탄 테러가 발생한 카불공항 인근에서 의료진이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카불 | AFP연합뉴스

최소 100명 이상이 희생된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자살폭탄 테러의 배후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이 지목됐다. IS도 자신들이 운영하는 아마크 통신사를 통해 카불 폭탄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IS-K, 그들은 누구인가

IS-K는 IS의 아프간·파키스탄 지부로, 호라산은 아프간과 파키스탄 등을 아우르는 옛 지명이다. 이들은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조직 가운데 가장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단체로 꼽힌다. 2014년 당시 IS의 수장이었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게 충성을 맹세한 파키스탄 국적의 하피즈 사이드 칸이 이 조직을 만들었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IS-K는 2015년 1월 파키스탄과 인접한 아프간 동부 낭가하르주를 기반으로 조직돼 작전을 시작했다. 아프간 탈레반과 파키스탄 탈레반(TTP) 등 극단주의 단체 구성원들이 IS-K에 합류했다.

이들은 상부 조직인 IS와 마찬가지로 초국가적 칼리프 체제(이슬람 신정일치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민간인을 잔인하게 공격해왔다. 올해 1~4월 IS에 의해 자행된 테러 공격은 77건이라고 유엔은 밝혔다. 지난 5월 카불 여학교에 폭탄 테러를 가해 학생 68명이 목숨을 잃었고 결혼식장, 산부인과 등에서도 테러를 자행해 여성과 어린이 등 수십명이 숨졌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군의 잇따른 공습으로 전투력을 잃은 IS-K는 지난해 6월 샤하브 알-무하지르가 새 지도자로 오른 뒤 불만을 품은 탈레반 대원과 기타 무장세력을 포섭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유엔은 IS-K가 아프간 코나르와 낭가하르 지역에 1500~2200명의 전사로 구성된 핵심 조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더 작은 부대들이 전국적으로 흩어져 있다고 추정한다. 최근 몇 달 동안 아프간에는 중앙아시아, 러시아 북코카서스 지역, 파키스탄, 중국 서부 신장 지역에서 온 전투대원 8000~1만명이 투입됐는데, IS-K와 동맹 관계인 이들도 포함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에 대한 브리핑을 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탄 테러에 대한 브리핑을 하던 중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 | AP연합뉴스

■IS-K, 미국·탈레반 모두를 적으로?…전운 가시지 않은 아프간

IS-K의 폭탄 테러는 탈레반·알카에다·하카니 네트워크 등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IS-K 사이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드러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IS는 탈레반의 이슬람 통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이들이 미국과 협상의 여지를 두는 것을 두고 “배교자”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의 관심이 아프간에 국한된 것과 달리 IS-K는 서구를 비롯해 국제사회를 공격대상으로 삼으며 민간인을 공격하는 글로벌 IS네트워크의 일부라고 BBC는 설명했다.

탈레반과 IS가 공식적으로는 갈등 관계에 있지만 탈레반 연계 조직인 하카니를 통해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5일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은 감옥에 수감된 IS와 알카에다 무장세력을 석방하기도 했다. 수년간 아프간의 무장세력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한 사잔 고헬 아시아태평양재단 박사는 “2019~2021년에 발생한 몇 차례의 주요한 공격은 IS-K, 탈레반의 하카니 조직 및 파키스탄에 기반을 둔 다른 테러 단체들 간의 협력과 관련이 있다”고 BBC에 말했다.

IS가 테러를 자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오는 31일을 시한으로 미군의 철군이 예정돼 있어 아프간 안팎의 정세는 더 불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테러로 IS는 대통령궁에 누가 있든 아프간에서 계속 전쟁을 벌일 것임을 미국과 탈레반에 상기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아랍 정보국 관리는 “공항 테러는 피비린내 나는 미래가 우리 앞에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인 못지않게 탈레반도 공격 대상이었다”고 WP에 전했다. 아미라 자둔 미 육군사관학교 조교수는 “IS는 더 치명적이고 더 많은 ‘홍보 효과’를 노릴 수 있는 공격에서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탈레반·알카에다 관련 아프간 무장단체 관계자는 “탈레반이 IS-K 회원들에게 탈레반 대열에 다시 합류하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모두는 장기 전쟁을 치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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