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취약층 파고든 '코로나 휴교령'…"1000만명, 학교에 영영 못 돌아올 수도”

2021.09.07 17:01 입력 2021.09.07 17:22 수정

짐바브웨 하라레 외곽에 있는 이스트뷰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연 6일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학교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여파로 지난 4개월 동안 강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하라레 | EPA연합뉴스

짐바브웨 하라레 외곽에 있는 이스트뷰의 학교들이 다시 문을 연 6일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학교들은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여파로 지난 4개월 동안 강제 휴교령이 내려졌다. 하라레 | EPA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문 닫은 학교 밖에는 교육에서 소외된 수많은 아이들이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학생들은 교육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탓에 배움의 길이 끊기고 강제노동, 조혼 등 학대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으로 전 세계 학생 최소 1000만명에서 1600만명이 학교로 영영 돌아가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다. 전 세계 국가 가운데 4분의 1가량은 학교 시스템이 붕괴될 위험이 높다. 학교 시스템이 극도의 위험에 처해 있는 국가는 8곳으로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수단, 말리, 리비아 순이었다. 예멘, 부르키나파소, 인도, 필리핀, 방글라데시를 포함한 40개국도 고위험 상태로 나타났다.

■문 닫은 학교, 막다른 길에 몰린 아이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코로나19의 여파로 전국의 학교가 휴교 상태인 국가는 19곳으로 집계됐다. 유엔은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 기간 동안 약 15억명의 어린이가 학교에 다니지 못했으며 최소 3분의 1이 원격 학습에 접근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장기화한 휴교는 특히 취약층 아동들에게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주로 가정에만 있게 된 아동들은 강제 노동, 조혼, 학대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학교가 문을 닫은 아동들은 개교한 아동들보다 가정폭력 발생률이 두 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 뭄바이 교외에 있는 반드라의 빈민가에 사는 인도 여학생 소날리 케이트(12)는 3학년 시기를 학교가 아닌 집에서 보냈다. 인도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한다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 17개월 동안 휴교령을 내렸다. 소날리는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6평 남짓한 집을 청소하고 좁은 골목에 쪼그려 앉아 설거지를 한다. 주 정부가 코로나19 3차 확산 우려로 이번 학기 개학도 연기하면서 소날리는 이 생활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최근 인도 전역의 아동 14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장기간 휴교로 8% 아동만이 온라인을 통해 정기적으로 공부하고 37%는 전혀 학습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최대 교육 비정부기구 중 하나인 프라탐은 ‘2020년 연례 교육 현황 보고서’에서 인도의 가난한 학생들은 학습 불이익을 광범위하게 받을 뿐 아니라, 국가 자금으로 지원되는 학교 무상급식을 제공받지 못해 영양 상태도 나빠져 큰 타격을 입는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학교를 아예 열지 않은 전 세계 5개 국가 중 하나인 필리핀에서도 교육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아동이 늘고 있다. 원격 학습이 시행된 지난 학년도에 학생 최소 110만명이 학교에 등록하지 않았다. 학대 위험은 오히려 증가했다. 필리핀 법무부는 지난해 봉쇄령이 내려진 첫 몇 달 동안 온라인 아동 성착취에 대한 보고가 264% 증가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학부모 도리나 몬산토는 “아이들은 배우고자 하는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며 “나 역시 과거에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도울 수 없다.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짐바브웨는 코로나19 3차 확산 여파로 1년 가까이 휴교령을 내렸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짐바브웨 어린이 460만명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장기간의 학교 폐쇄로 짐바브웨 10대 소녀 수십 명이 임신했으며, 더 많은 여아가 조기 결혼을 하게 됐다고 짐바브웨 정부는 밝혔다. 남수단에서도 많은 아동이 학교를 중퇴했으며, 우간다의 일부 지역에서는 임신율이 증가했다. 짐바브웨 학교들은 최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정부는 교사들에게 생활임금도 지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며, 경제적 여유가 없는 학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빌드 포워드 배터’ 보고서.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 ‘빌드 포워드 배터’ 보고서.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심화된 교육 불평등…“저소득 국가 아동 50%,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했다”

코로나19는 교육 불평등도 심화했다. 국가별, 계층별, 성별 교육 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저소득 국가 아동의 절반가량이 초등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자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연령의 어린이 3억8200만명이 학교 밖에 있거나 최소한의 읽기 능력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습 빈곤층’으로 조사됐다. 학습 빈곤층 아동이 7200만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저소득 국가에 사는 아동들은 더 부유한 국가의 또래들보다 수업일수가 66% 부족했다. 코로나19로 등교하지 않는 학습자(16억명)의 절반(8억2600만명)이 가정용 컴퓨터에 접근할 수 없고 43%(7억600만명)는 집에 인터넷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디지털 격차는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심각한데,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학습자의 82%가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했다. 2800만명이 모바일 네트워크가 갖춰지지 않은 지역에 살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여성 아동들은 남아보다 평균적으로 학교에 결석한 날이 22% 더 많았다. 학교 시스템이 극도의 위험에 놓인 아프가니스탄 아동들은 전체 학교일수의 13% 이상을 잃었다. 결석률은 남학생이 9%인 데 반해 여학생은 21%에 달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아프간의 교육 불평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국가들의 성 규범이 여성 청소년의 교육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롭 젠킨스 유니세프 글로벌 교육 이사는 “우리는 한 세대의 학습자를 잃을 위험이 있다”며 “학습뿐 아니라 정신 건강, 영양 지원, 아동 보호 등을 위해 아이들에게 완전하고 포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후속 프로그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잉거 애싱 세이브더칠드런 인터내셔널 CEO는 “코로나19는 교육 위기를 촉발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아동의 교육권은 위기 속에서도 멈출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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