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vs 도넛'…바이오 디젤 생산 늘렸더니 도넛 가격이 올랐다?

2021.09.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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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유 회사들이 콩 등에서 추출한 기름을 바이오 디젤의 원료로 사용하면서 식용유 가격이 폭등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를 두고 농업경제학자이자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위드머는 “식품과 연료가 오일을 놓고 경쟁하면서 ‘디젤 대 도넛’ 논쟁이 됐다”고 표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재생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연방정부와 캘리포니아 등 주정부들은 저탄소 연료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충족한 기업들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한다. 이 같은 인센티브에 정유 회사들은 폐식용유와 대두유 등을 원료로 사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미국 내 바이오 디젤 생산량은 하루 약 13만 배럴에 달한다.

문제는 재생 에너지의 공급 원료인 식용유는 식품 제조를 위한 필수품이란 점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대두유의 45%, 콩기름의 40%가 바이오 원료 생산에 쓰인다. 한정된 공급량을 두고 식품 기업뿐 아니라 정유 기업들까지 경쟁하면서 식용유 수요가 급증했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바이오 연료의 주원료인 대두유 1파운드(453g)의 평균가격은 65센트(722원)로 2년 전 가격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미 농무부는 전망했다.

그 파장이 도넛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졌다. 뉴욕의 도넛 회사인 크리스피 크림은 지난달 가격을 인상하면서 “특히 식용유 가격이 올라 원자재 가격 압박이 상당했다”고 밝혔다. 미국 제빵협회는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 관계자들을 만나 연방정부가 부과한 바이오 연료 관련 의무를 완화하라고 촉구했다. 롭 맥키 미국제빵협회 회장은 “재생가능한 연료와 친환경 의제를 지지하지만 대두유 가격이 3배나 올랐다”며 “회원들은 기름을 사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기름값 급등으로 정유회사가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중단하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미 정유업체 CVR에너지의 최고경영자(CEO)인 데이비드 램프는 지난달 “공급 원료 가격이 급등해 오클라호마의 신재생 디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과거 옥수수 에탄올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의회가 2007년 가솔린에 바이오에탄올을 혼합 사용하도록 하면서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 가격이 한때 폭등했다. 금융기업 스톤엑스의 수석 상품경제학자인 알란 서더만은 “신세대 재생 연료에 대한 열망은 옥수수 에탄올 붐 초기에 봤던 현상과 비슷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다만 옥수수 수확량을 늘려 가격 안정을 꾀했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친환경 정책이라는 대의를 포기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커트 코바릭 국립 바이오디젤위원회 연방업무 담당 부사장은 “미국의 농업 부문은 무역 전쟁과 기상 현상으로 인한 수년 동안의 혼란에서 이제서야 헤어나오고 있다”며 “재생 가능한 연료 표준을 낮추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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