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황이 변하고 있다"…탄약 부족, 병력 피해에 신음하는 우크라이나

2022.06.12 11:54 입력 2022.06.12 13:59 수정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의 도시 리시찬스크의 주민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리를 걷고 있다. 리시찬스크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루한스크의 도시 리시찬스크의 주민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포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거리를 걷고 있다. 리시찬스크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이 향후 전황을 가를 돈바스 전선에서 탄약 부족의 심화로 러시아군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의 군수 물자 지원이 충분치 않은 데다, 자국 무기들과의 호환성 문제로 지원받은 물자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결정적 전투에서 발이 묶인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의 피해가 커지면서 “전황이 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탄약 부족으로 러시아에 밀리고 있는 최전선의 상황을 전했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현재 러시아의 포 10∼15문에 대항하는 우리의 대포는 1문 밖에 없다”며 “서방이 지원한 무기는 러시아의 10%에 불과하다. 서방의 (향후) 무기 지원에 모든게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하루에 쓸 수 있는 포탄은 약 5000∼6000발가량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군의 화력에 크게 못미치는 양이다. 러시아군은 하루 약 5만발 가량을 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군의 포병 장비는 대다수 구소련제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서방이 지원한 포탄은 규격이 맞지 않아 사용하기 힘든 것으로 전해졌다. 전쟁 초기에는 같은 구소련제 무기를 사용하던 동유럽 국가들이 기증한 포탄들이 도움이 됐으나 물량이 소진된 상태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나토가 지원한 포탄들을 쓰기 위해 규격이 맞는 포를 지원해줄 것을 서방에 요청해왔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최근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기대를 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비롯한 첨단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무기들이 전장에 도착하려면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무기가 도착하더라도 우크라이나군이 사용법을 익혀야 하기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포격전이 돈바스 전투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현재의 탄약 부족은 우크라이나에 뼈아플 수밖에 없다. 미국의 비영리 안보연구기관 CNA의 러시아 전문가 마이클 코프만은 “이 전쟁은 기동전보다는 포격을 통한 소모전이기에 누가 더 많은 탄을 갖고 있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의 열세는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고문은 11일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매일 최소 200~300명 가량의 병력이 희생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말 올렉시 레즈니코프 국방장관이 밝힌 하루 피해 100여명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러시아도 큰 손실을 입었으나 신속한 병력 보충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렉산드르 다닐류크 전 우크라이나 안보위원회 사무총장은 “(러시아군은) 지난 두 달간 예비군의 연령 제한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4만~5만명가량을 증원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탄약 부족이 심화되자 미 정부 내에서는 러시아가 조만간 루한스크 전 지역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국방부 한 고위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에 “최전선에서 러시아의 진전이 점점 진행되고 있다”며 루한스크의 최전방 격전지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가 일주일 내로 함락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측과 서방 언론에서는 전황이 우크라이나에 불리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다닐류크 전 사무총장은 “그들(러시아군)은 우리보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고, 서두르지 않고 있다”라며 “현재로선 낙관론을 펼칠 여지가 훨씬 적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참패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제 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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