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캐나다, 49년 영토 분쟁 '위스키 전쟁' 마침표

2022.06.15 08:21 입력 2022.06.15 15:09 수정

캐나다와 덴마크의 49년 영유권 분쟁일 끝낸 한스섬 위치.

캐나다와 덴마크의 49년 영유권 분쟁일 끝낸 한스섬 위치.

덴마크와 캐나다가 북극해 그린란드 인근에 있는 작은 섬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함으로써 49년간 이어온 영유권 분쟁인 ‘위스키 전쟁’을 끝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 예베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 무테 부르프 에게데 그린란드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만나 덴마크 그린란드와 캐나다의 엘즈미어섬 사이 네어스 해협(케네디 해협)에 있는 1.3㎢ 면적의 한스섬을 절반씩 나눠 갖기로 하는 협정에 공식 서명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양국이 1973년 네어스 해협의 경계를 설정하기로 합의해 놓고도 한스섬에 대한 영유권을 서로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분쟁을 벌여왔다.

한스섬에 대한 영유권 분쟁은 1933년 국제사법재판소가 그린란드를 덴마크 영토로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덴마크는 한스섬이 그린란드에 딸린 섬이라고 주장했고, 캐나다는 영국이 이 섬을 처음 발견했다면서 권리를 주장했다. 척박해서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바위섬인 이 섬이 어느 나라에 속하느냐에 따라 대서양에서 북극해, 태평양을 잇는 주요 항로의 통제권이 좌우되기 때문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인 두 나라는 얼굴을 붉히며 영유권을 주장했다.

이 분쟁이 ‘위스키 전쟁’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984년 톰 회옘 덴마크령 그린란드 담당 장관이 이 섬을 방문해 ‘덴마크 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팻말과 덴마크 국기를 세운 다음 덴마크에서 생산된 브랜디의 일종인 슈냅스 한 병을 묻은 것에서 시작됐다. 그러자 캐나다 측도 그들의 국기와 함께 캐나다산 브랜디를 땅에 묻었다. 그 이후로 양국은 깃발을 세우고 술병을 묻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한스섬 분쟁은 2000년대 들어 양국의 해군이 번갈아 상륙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됐다. 2005년 두 나라 외교장관이 한스섬 영유권 문제 해결을 위해 공식 논의하기로 합의했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양국 외교장관은 위스키 전쟁 종식을 축하하는 의미로 서로 위스키를 교환했다.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메이플 시럽이 들어간 퀘벡산 위스키를,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은 기념일에 주로 마시는 코펜하겐산 감멜단스크 위스키를 선물했다.

코포드 외교장관은 합의문 서명식에서 “영토 분쟁을 실용적이고 평화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보낸다”면서 “전 세계에 전쟁과 불안이 만연한 상황에서 중요한 신호”라고 말했다. 졸리 외교장관도 “영토 분쟁이 평화롭게 해결될 수 있다는 걸 다른 나라에 보여줬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도 ‘우리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침공해 혼란스러운 가운데 캐나다와 덴마크가 평화롭게 영토 분쟁을 해결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예베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앞줄 왼쪽)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그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한스섬을 절반씩 나눠갖기로 한 합의문에 서명한 다음 각자 술을 선물하며 웃고 있다. 오타와|AP연합뉴스

예베 코포드 덴마크 외교장관(앞줄 왼쪽)과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그간 영토 분쟁을 벌여온 한스섬을 절반씩 나눠갖기로 한 합의문에 서명한 다음 각자 술을 선물하며 웃고 있다. 오타와|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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