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 길바닥에 나앉으란 말이냐"... 인도서 모병제 개편안 두고 분노 폭발

2022.06.17 15:23

16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에서 시위대가 도로 위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인도 정부의 군 모병제 개편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에서 시위대가 도로 위에서 타이어를 불태우며 인도 정부의 군 모병제 개편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우리에게 일자리 아니면 죽음을 달라!”

인도 정부의 군 모병제 개편안이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복무기간이 대폭 줄어들자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젊은이들이 전국 각지에서 대대적인 반대시위에 나선 것이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인도 비하르주, 하리아나주, 우타르프라데시주 등 여러 지역에선 새 모병제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에선 시위대가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 사무실에 불을 지르고, 열차를 불태워 철길과 고속도로를 봉쇄하는 일이 벌어졌다. 북부 하리아나주 팔왈 지역에선 흥분한 군중이 정부 관계자 집에 돌을 던지며 공격했다. 이를 막으려던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경고 사격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또 하리아나주 당국은 시위가 격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팔왈 지역의 모바일 인터넷을 24시간 동안 차단하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정부가 새 모병제를 내놓으면서 촉발됐다. 인도 국방부는 지난 14일 기존의 모병제를 단기 복무제로 개편하는 ‘아그니패스(힌두어로 ‘불의 길’)’ 프로그램 시행을 예고했다. 17.5세부터 21세 사이의 남녀를 4년 동안 사병으로 복무하게 하고, 이 중 25%에게만 15년 장기복무 기회를 주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나머지 75%는 무조건 제대해야 하며 연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 기존 모병제 하에선 일반적으로 35년 이상 복무가 가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복무 기간이 파격적으로 줄었다. 인도 정부는 이번 군 모병제 개편으로 군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연금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장기복무 군인의 꿈을 잃어버린 청년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지속된 경기 침체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겹쳐 실업난이 심각한 인도에서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복무할 수 있고 연금 혜택까지 받을 수 있는 군인이 인기 직종 중 하나다. BBC에 따르면 인도 실업률은 지난 4월 7.83%를 기록했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20%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군 모집이 중단됐는데도 모병 연령 상한제를 엄격하게 적용한 것도 청년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수년간 사병 모집을 준비해온 이들이 21세를 넘겼다는 이유로 자격이 자동 박탈됐기 때문이다.

퇴역 군인들과 야권 인사들도 개편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어리석은 조치”라고 비난한 쇼난 싱 전 소장은 “돈을 절약하는 건 좋지만 국방력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BBC에 말했다. 야권 지도자 라훌 간디도 “인도가 (중국과 파키스탄과 맞닿은) 두 국경에서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 아그니패스는 우리 군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각계 반발이 심해지자 인도 정부는 전날 올해 모병 대상자의 연령 상한을 21세에서 23세로 올리겠다고 밝히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에서 시위대가 기찻길을 막아서고 인도 정부의 군 모병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에서 시위대가 기찻길을 막아서고 인도 정부의 군 모병제 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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